유럽 축구 라리가

요렌테와 레길론은 왜 지단의 선택을 받지 못하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레알의 왼쪽 측면 조합 문제

 

레알의 공격 전개는 왼쪽 측면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지난번 세르히오 라모스 칼럼에서도 설명했듯이 왼쪽은 로스 블랑코스의 ‘생명 줄’이다.

 

이는 상술했듯이 마르셀로가 플레이 메이킹 능력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크로스의 활용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다.

 

지단 체제에서의 레알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공격을 전개한다. 후방에서 라모스가 공을 몰고 하프라인 근처까지 올라오면, 그 이후에는 마르셀로와 크로스가 서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사이드의 높은 지점까지 이동한다.

 

필자는 이들 중에서도 크로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크다고 평가하고 싶다. 크로스는 레알의 공격 전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다. 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공 배급 속도와 공격 루트의 다양성은 글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이다. 그는 타고난 기술력과 시야, 리딩 능력, 그리고 정확한 패스를 바탕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중원을 장악한다.

 

그러나 크로스의 문제는 발이 느리고 수비적인 기술력이나 적극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상대의 역습 상황 및 속공 상황에서 약점을 여러 차례 노출한다. 지난 시즌부터 많은 감독이 발이 빠른 선수들로 크로스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데, 이 과정에서 크로스는 본인의 타고난 약점을 보여준다.

 

분명히 크로스는 본인이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날 수 있는 선수다. 탈압박은 그의 강점이지 약점이 아니다. 하지만 느린 주력 탓에 빠른 선수나 여러 명의 선수가 집중적으로 압박을 가하면,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고 상술했던 수비 상황에서 약점을 노출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약점이 있음에도 크로스가 계속 지단 감독에게 중용 받는 이유는 크로스가 전술적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게 매우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크로스의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단 감독은 마르셀로를 좀 더 폭넓게 쓰고 있다.

 

마르셀로는 언제나 중요한 선수였지만, 전술적으로 그의 비중이 매우 커진 시기는 2016/2017시즌부터라고 생각한다. 당시 BBC 라인이 노쇠하면서 이러한 공격진의 역동성과 활동 범위를 보완하기 위해 마르셀로와 다니엘 카르바할이 넓은 범위를 움직였다. 동시에 마르셀로는 크로스 간의 조합적인 측면을 극대화했다.

 

기본적으로 마르셀로는 볼 터치를 많이 가져가야만 하는 선수다. 마르셀로가 공을 많이 잡아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기본적으로 지단은 중원을 거치면서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감독인 까닭에 플레이 메이킹에 능한 마르셀로를 활용하여 측면과 중원의 공격 전개를 진행했다.

 

마르셀로가 미드필더들과 계속해서 공을 주고받으면, 상대 선수들은 공을 탈취하기 위해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수비라인이 무너지거나, 동료 선수가 침투할 만큼 충분한 공간이 생긴다. 이때 마르셀로 본인이 돌파하거나, 동료들이 해당 공간을 활용하곤 한다. 그러나 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공 배급에 능한 크로스의 존재가 필수다.

페이지 5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