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세리에 A

자니올로의 사례로 보는 인테르에 대한 비판

좋은 유소년 선수들은 있는데, 죽어도 1군에 안 쓴다

 

인테르는 세리에A에서 가장 뛰어난 유소년 시스템을 갖췄다. 그들은 유소년 리그인 프리마베라 무대에서 매년 훌륭한 성적을 낸다. 일반적인 구단이라면 한 번 시험 삼아서 유소년 선수들을 1군에 기용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재능이 1군에 통할지 말지를 판별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거대한 구단들도 마찬가지. 특히, 로스 블랑코스는 다니엘 카르바할과 나초 페르난데스 등이 성공한 이후 유소년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인테르는 유소년 선수들이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절대로 1군에 안 쓴다. 이런 문제점은 매우 오랫동안 제기됐지만, 2009년 다비데 산톤 이후 1군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유소년 선수가 없다. 하물며 그 산톤조차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그는 팀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소년 선수들이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팀에 주전 선수들이나 백업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해서 기용할 선수가 없을 때 감독들은 높은 위험성을 감수하고도 시험 삼아 유소년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 선수가 생각보다 좋은 활약을 펼치면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려준다.

 

이때 엄청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1군에 완전히 자리 잡거나,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은 1, 2년 정도는 다른 팀으로 임대를 떠나서 출전 경험을 쌓은 이후 팀에 복귀해서 주전 자리를 차지한다. 맨유의 마커스 래쉬포드, AC 밀란의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이런 방식으로 1군 출전 기회를 얻었고, 이번 시즌 레알의 마르코스 요렌테가 카세미루가 부상인 틈을 타서 잠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인테르는 여러 차례 유소년 선수들이 팀의 핵심 선수로 도약할 기회가 많았다. 2009/2010시즌에 트레블을 달성한 이후 리빌딩 노선을 선택한 네라주리는 선수층이 워낙 얇아졌기에 언제든지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환경을 가졌다. 그런데 기대를 모았던 유소년 선수들만 있었을 뿐 정작 기회를 얻은 유소년 선수는 손꼽을 정도로 적다. 필자가 다시 생각을 해봐도 기억에 남는 유소년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인테르라는 구단 자체가 마시모 모라티 회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외부 선수들에게 호의적이지만, 반대로 유소년 선수들과 자국 선수들에게는 한없이 보수적인 구단이 됐기 때문이다.

 

하비에르 사네티와 함께 네라주리의 위대한 주장으로 평가받는 원 클럽 맨 주세페 베르고미가 뛰었던 1990년대를 기점으로 유소년 선수들의 입지는 조금씩 줄어들었다. 당시 구단주였던 마시모 모라티 회장은 어떻게든 세리에 우승을 위해 호나우두나 로랑 블랑, 유리 조르카에프, 로베르토 바조, 크리스티안 비에리 등과 같은 외부 선수들 영입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유소년 선수들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이런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인테르에는 자국 이탈리아 선수들의 숫자가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자 주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같은 남미 국가들과 세르비아 같은 동유럽 국가 선수들의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하비에르 사네티와 왈테르 사무엘, 니콜로 부르디소, 산티아고 솔라리, 에스테반 캄비아소 등과 같은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많아졌다. 반대로 자국 선수들의 숫자는 빠르게 감소했다.

 

2006년에 들어서야 마시모 모라티 회장과 인테르는 꿈에 그리던 스쿠데토를 들어 올렸지만, 이제는 빅 이어를 원했다. 네라주리는 점점 팀이 늙어갔지만, 유소년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참고로 이 기간에 인테르에 있었던 선수 중 한 명이 오늘날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가 됐는데, 바로 네라주리의 최대 라이벌인 유벤투스의 레오나르도 보누치다.

 

그리고 인테르는 2010년에 꿈에 그리던 트레블을 달성했지만, 마시모 모라티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사라스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긴축 재정의 길을 걸어갔다. 예전만큼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한 네라주리는 빠르게 몰락했다. 팀 재건을 선언하여 마우로 이카르디와 마테오 코바시치 등을 영입했지만, 유소년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지는 않았다.

 

이는 당시 감독으로 선임됐던 조세 무리뉴나 로베르토 만치니, 그리고 지금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유소년 선수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물론, 만치니와 무리뉴 감독 시절 마리오 발로텔리와 다비데 산톤 같은 자국 유망주들에게 어느 정도 기회를 줬지만, 팀의 핵심은 언제나 베테랑들이었다. 지금 사령탑에 있는 스팔레티 감독은 세리에A 우승을 절실히 원하는 감독인지라 불확실한 유소년 선수들에게 팀을 맡길 생각조차 없는 것 같다.

 

2012년에 인테르의 사령탑에 부임한 안드레아 스트라마키오니 감독이 네라주리의 유소년팀 감독 출신이었기에 그가 유소년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를 바랐지만, 정작 스트라마키오니 감독 역시 유소년 선수들을 중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떠났다.

 

물론, 구단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유소년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특히, 세리에A는 2000년대 들어서 많은 구단이 재정난이 시달리기 시작했고, 프리미어 리그 팀들이 노동법을 악용하여 유소년 선수들을 빼오 면서 유소년 시스템이 악화했다. 그만큼 자국에서 수혈할 수 있는 유소년 선수들의 수준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테르가 유소년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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