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 국가대표팀

확실한 플랜 A, 의문의 플랜 B, ‘벤투호’는 위기의 순간을 타개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한 가지가 마음에 걸린다. 확실한 ‘플랜 B’가 없다. 지금 대표팀의 컬러는 명확하다. 지배와 점유. 이 철학으로 상대를 제압해왔다.

 

그러나 아시안컵은 다르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했던 팀은 대부분 우리와 전력이 대등하거나, 강한 팀이었다. 이런 팀들은 한국을 상대할 때 자신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을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아시안컵에서 만나는 나라들은 대부분 한국을 상대로 밀집 수비 대형을 펼친다.

 

수비에 많은 숫자를 두고, 공간을 최대한 틀어막은 채 밀집 수비를 펼치며 한국을 상대로 승점 1점을 목표로 하는 팀을 초반에 만날 가능성이 크다.

 

벤투호의 철학대로 경기를 전개하다 상대 밀집 수비에 막히면 다른 대안이 없다. 패스 축구를 가장 잘 구사하는 팀인 스페인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란의 질식 수비에 경기 막바지까지 고전했다.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서는 단순한 축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박스 안으로 지속해서 공 중볼을 투입, 장신의 선수를 이용해 세컨드 볼 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소위 ‘뻥축구’다.

 

이를 플랜 A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경기 막바지까지 원하는 축구가 나오지 않는다면 대안으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세계적인 강팀들도 막바지까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장신의 수비수를 공격에 올리거나, 키가 큰 공격수를 투입해 단순한 축구를 시도한다. 아시아에서 이 방식으로 우리는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 스쿼드는 ‘뻥축구’를 할 자원이 극소수다. 수비수 김민재가 190cm의 장신이지만, 그를 제외하고 190cm가 넘는 선수가 없다. 공격진의 황의조, 지동원은 헤딩이 장점이 아니다.

 

벤투는 부임 초기부터 대표적인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아예 배제했다. 석현준 역시 초반에 부름을 받았지만, 아시안컵 최종 승선에 실패했다. 벤투는 선수 선발을 하며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 철학을 제시했다. 선수단도 자신의 입맛에 부합하는 선수들로 구성했다.

 

하지만 토너먼트는 변수가 많다. 자신의 철학이 경기장에서 나타나지 않았을 때 마땅한 플랜 B가 보이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스리백을 실험했지만,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스리백은 풀백의 부재 시 사용할 전술이지, 공격이 안 풀릴 때 대안은 아니었다.

 

과연 벤투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한국에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을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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