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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세트피스 키커, 꼭 손흥민이어야 할까?

[풋볼 트라이브=서정호 기자] 2019 UAE 아시안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표팀은 23일 새벽(한국 시각) 인천국제공항에서 UAE로 출국했다. 59년 만에 우승컵 탈환을 노리는 대표팀은 26일 손흥민을 제외하고 완전체가 된다. ‘벤투호’의 주장은 2018 아시안게임 차출 당시 소속팀과 한 약속으로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나고 합류한다.

 

손흥민이 대표팀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벤투호’ 공격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뿐만 아니라 주장으로 팀원들을 이끌고, 에이스라는 막중한 임무까지 띠고 있다. 게다가 세트피스 키커도 전담하고 있다. 직접 득점을 노릴 수 있는 거리라면 위치를 가리지 않고 손흥민이 공 앞에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나 손흥민이 세트피스 키커로 나서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던 기억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손흥민은 A매치 74경기 23골을 기록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세트피스를 전담했지만, 득점은 2015년 6월 미얀마전 프리킥이 유일하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동료에게 도움을 준 것도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 대표팀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논외로 치자.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도움 2개를 기록했지만, 이는 손흥민의 페널티킥 실축 2번을 동료들이 해결해준 것이다.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손흥민의 킥력은 강점이지만, 정확함보다는 힘이 더 장점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력한 슈팅으로 득점을 노리는 경우도 있지만, 정교한 킥으로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빈도가 더 높다.

 

손흥민의 세트피스 성공률이 썩 높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세트피스 부담까지 얹어줄 필요가 있을까. ‘소니’는 이미 세트피스 외에도 주장, 에이스라는 막중한 책임감을 지고 있다.

 

더군다나 대표팀에 전문 세트피스 키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정교한 킥이 최대 장점인 기성용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도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활약 중이다. 손흥민 전에 대표팀 전담 키커였다. 정우영, 홍철, 주세종 등 정확한 킥이 장점인 선수가 많다.

 

아시안컵에서 ‘벤투호’를 상대하는 대부분 팀은 밀집 수비 형태로 촘촘한 수비 라인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약팀이 강팀을 잡는 방법으로 세트피스를 많이 언급하지만, 강팀이 약팀의 밀집 수비를 파훼하는 방법으로도 세트피스만큼 좋은 전술은 없다.

 

세트피스는 정확함, 정교함이 핵심이다. 손흥민이 뛰어난 키커임은 분명하지만, 키커로서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아쉽다. 손흥민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해볼 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캡틴은 2차전 이후 합류한다.

 

그 기간 태극전사들은 손흥민이 아닌 다른 세트피스 키커와 합을 맞춰야 한다. 세트피스는 약속된 전술이다. 늦게 합류하는 손흥민 대신 키커 교체를 검토할 시점이다.

 

키커 교체가 선수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를 위해서는 소를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 과연 벤투 감독은 어떤 결단을 내릴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