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라리가

파괴력을 잃은 레알의 역습

뛰어난 오프 더 볼러의 부재

 

많은 사람에게 오프 더 볼러들은 주로 드리블에 능하지 않거나, 공 키핑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가 절하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오프 더 볼러들이 주는 전술적 가치는 다양하다.

 

2010년대 레알의 역습 축구가 엄청난 파괴력과 정확도를 자랑했던 이유는 바로 뛰어난 오프 더 볼러인 호날두의 존재가 결정적이었다.

 

오프 더 볼러들은 상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데 능하다. 상대 팀 수비수들은 침투해 들어오는 오프 더 볼러의 움직임을 막을지, 공을 쥐고 있거나, 함께 달리는 선수들 중 누구를 막을지를 놓고 고민한다. 당연히 공을 쥐는 팀일수록 더 많은 선택지를 얻을 수 있다. 오프 더 볼러들은 빠른 판단력과 탁월한 위치 선정을 통해 팀의 역습을 마무리 짓는다.

 

또한, 오프 더 볼러들은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기에 다른 동료들의 움직임을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역습 상황은 수비진이 덜 정돈된 상태다. 그만큼 오프 더 볼러들이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동료들의 위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꾸준하게 움직이면서 순간순간 공을 동료들에게 패스함으로써 동료들에게 좀 더 안정적으로 공을 배급하거나, 상대 골키퍼들을 압박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라리가는 공간 압박을 바탕으로 한 수비 전술이 뛰어난 리그다. 그만큼 뛰어난 위치 선정 능력과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오프 더 볼러가 유리한 리그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레알에는 호날두급은 아니더라도, 뛰어난 오프 더 볼 능력이나 위치 선정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없다. 벤제마와 베일, 아센시오, 바스케스, 이스코, 그리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 로스 블랑코스의 공격진들은 온 더 볼 성향이 강한 선수들이지 전형적인 오프 더 볼러들은 아니다.

 

레알이 역습에서의 정확도와 성공 확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오프 더 볼러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떠났을 때 로스 블랑코스가 해리 케인은 아니더라도 마우로 이카르디를 영입할 줄 알았다.

 

이카르디는 발이 느리기에 역습 상황에서 속도가 아쉽지만, 순간적인 센스와 판단력이 매우 뛰어나며 동료들의 움직임과 공간을 활용하는데 도가 텄다. 무엇보다 적은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슈팅 능력을 갖췄다. 호날두가 떠난 이후 생긴 파괴력이나 정확도 부분에서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공격수다.

 

특히, 지금 레알 공간 창출과 크로스에 능한 이스코와 크로스, 카르바할 등과 같은 자원들은 이카르디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카르디만큼 현재 레알에 적합한 공격수 자원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하지만 로스 블랑코스는 이카르디가 아닌 마리아노 디아스를 영입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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