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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칠레와 0:0 무승부…칠레는 코스타리카와 달랐다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확실히 칠레는 남미의 ‘강호’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11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칠레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렀다.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김진현이 골문을 지켰고 홍철과 김영권, 장현수, 이용이 수비라인을 형성했다. 중원에는 기성용과 정우영이 배치됐고 손흥민과 남태희, 황희찬, 그리고 황의조가 공격진을 구성했다.

 

전반전에 수비수들은 김진현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했지만, 오히려 위기를 자초할 뻔했다. 김진현의 킥이 여러 차례 아르투로 비달에게 향했기 때문. 비달이 확실하게 공을 잡지 못했기에 결정적인 기회를 많이 내주지는 않았지만, 위험 지역에서 불안정한 모습이 자주 나왔다.

 

대표팀 수비진은 칠레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비달은 폭넓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대표팀을 위협했다. 여기에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마우리시오 이슬라의 오버래핑도 위협적이었다. 칠레는 비달과 이슬라를 중심로 대표팀을 괴롭혔다. 김영권이 여러 차례 공을 커팅하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 탓에 최후방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칠레는 높은 지점에서 대한민국 수비진을 압박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특히, 대표팀이 칠레 진영에서 공을 잡고자 하면 여러 명의 선수가 에워싸서 공격을 차단했다.

 

결국, 최후방에서 긴 크로스를 통해 위기를 모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상대가 쉽게 공격을 차단하고 다시 공격의 주도권을 내주는 원인이 됐다. 볼을 점유하면서 빠르게 공격으로 연결해 경기를 주도했던 지난 코스타리카전과는 비교됐다. 전반전은 0:0으로 끝났다.

 

후반전에서도 전반전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됐다. 비달의 압박과 이슬라의 오버래핑은 계속해서 대표팀을 위협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13분 황의조를 빼고 지동원을 투입해 경기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하지만 경기는 변함없이 칠레가 주도했다. 대표팀은 상대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내주는 등 칠레의 압박에 고전했다. 후반 23분 코너킥 상황에서 장현수가 회심의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슛은 골문을 벗어났다.

 

칠레의 압박 강도는 후반 27분 비달이 교체된 것을 시작으로 약해졌다. 대표팀은 후반 29분 정우영 대신 황인범을 투입해 좀 더 활발한 공격 기회를 잡고자 했다. 그전보다 볼 점유율을 많이 소화하면서 좀 더 많은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이날 칠레는 체력과 압박, 수비에서 대표팀보다 우세했다. 물론, 칠레가 삿포로 지진으로 인해 일본과 경기를 치르지 않았기에 체력적으로 좀 더 유리했었던 점도 있겠지만, 그건 전부가 될 수 없다. 이날 칠레가 보여준 강인한 체력과 압박의 강도, 그리고 빠른 공수 전환과 방어 전술은 벤투의 대표팀에게 거대한 숙제를 남겨줬다고 평할 수 있다.

 

[사진 출처=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