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지단과 달리 가용한 선수들이 적다
전임 감독인 지네딘 지단은 레알을 이끌고 UEFA 챔피언스 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단의 압도적인 선수단 장악 능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우수한 선수단이 갖춰져 있었다는 점을 무시하기 어렵다.
지단의 레알은 언제든지 승부를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특히, 2016/2017시즌에는 알바로 모라타와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벤치 멤버였을 정도로 선수단이 질적으로 훌륭했다. 해당 시즌에는 경기에서 지고 있어도 막판에 모라타와 하메스, 이스코 같은 선수들이 교체 투입된 이후 경기의 흐름을 바꾸며 승리를 쟁취했다.
하지만 현재 로페테기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너무나 제한적이다. 모라타와 하메스는 지난여름에 팀을 떠났고 여기에 호날두까지 나갔다. 모드리치의 이탈을 막았지만, 벤치 멤버인 코바시치마저 떠나면서 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잃어버렸다.
현재 로페테기가 벤치 멤버로 쓸 수 있는 자원은 루카스 바스케스와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나초 페르난데스, 다니 세바요스, 마르코스 요렌테, 세르히오 레길론, 그리고 임대가 유력한 보르하 마요랄 정도다. 이들 대부분이 23세 이하의 유망주다. 과거 지단 시절 선수단처럼 짧은 시간에서도 경기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떨어진다.
결국, 이번 시즌 로페테기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와 주전 선수들의 기량에 모든 걸 걸어야만 한다. 페예그리니와 조세 무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베니테즈, 지단 같은 전임자들과 비교하면 로페테기에게 주어진 조건 자체가 너무나 열약하다. 그렇지만 결과를 내야만 한다. 그게 레알의 감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과거 페예그리니처럼 한 시즌 만에 경질될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로페테기는 지단 감독처럼 갈락티코 군단을 상징하는 인물도 아니었거니와 페레즈의 오른팔이 아니었기에, 페예그리니처럼 기회 자체가 많이 주어지지 못할 듯하다.
참고로 페예그리니는 2009/2010시즌 때 승점 96점과 102득점을 기록했지만,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하자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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