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 전술의 태동은 한정된 경기장에서 얼마나 많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었다. 리누스 미헬스, 요한 크루이프, 아리고 사키 등 현대 축구의 문을 연 감독들은 일정한 공간에서 최대 이익을 얻기 위한 전술을 도입했다.
그 이후 축구 전술 중 빠르게 발달한 것은 수비 전술이었다. 기본적으로 뛰어난 선수를 많이 가진 팀이 이기는 것이 축구라면, 전술은 그런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지 않은 팀이 이기는 데 필요했다. 개인의 능력에 많이 의존해야 하는 공격 전술보다, 활동량과 압박을 통해서 발전시킬 여지가 많은 수비 전술의 효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유로 2004의 그리스를 이끈 오토 레하겔, 많은 명문 팀을 강팀으로 바꾼 조세 무리뉴, 두 거대한 팀을 꺾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우승으로 이끈 디에고 시메오네, 유로 2016에서 포르투갈의 첫 우승을 이끈 페르난두 산투스 등 특유의 수비 전술로 무장한 감독이 이끄는 팀이 실속을 가져갔다. 이들은 약한 팀은 아닐지언정, 결코 우승 후보라고 꼽기에는 어려운 팀이었다.
결국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은 이런 언더독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무리뉴 이후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 유행한 전원 수비, 소위 ‘텐백’ 열풍이나, ‘늪 축구’로 표현되는 압박, 수비 전술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이나, 이란 국가 대표팀 등 유효 슈팅을 단 한 번도 날리지 못하면서도 상대를 질질 붙잡고 끌고 가는 팀이 늘어났다. 조별 리그에서 굳이 강한 팀과 정면으로 붙어서 승점을 잃는 것보다는, 차라리 무승부라도 해서 승점 1점을 얻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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