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당분간 레알은 스페인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에 따라 비판의 강도가 결정될 듯하다. 만약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면, 언제 그랬냐 듯 이 사건은 조용히 묻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전할 경우 레알에 대한 비판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자세한 일들은 조만간 페레즈와 로페테기의 기자 회견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누가 잘못됐고 누가 틀렸는지보다 양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만 한다.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로페테기는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 물론, 대회 직후 본인이 레알로 간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면, 그것 역시 논란을 빚었을 테다. 왜냐하면, 월드컵 기간 내내 레알 감독직을 준비했거나, 편애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게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협회 역시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줬지만, 기자 회견에서 석연찮은 의문점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루비알레스 협회장이 향후 어떤 경력을 쌓을지는 모르지만, 이 마흔 살의 젊은 협회장은 첫 단추를 잘못 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레알을 감싸려는 것이 아니다. 필자 역시 월드컵 개막을 앞에 두고 공식 발표를 감행한 로페테기와 구단의 결정을 좋게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레알과 스페인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긴 사건이라고 평하는 것이다. 스페인과 로페테기는 지난 2년 동안 이 대회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추수를 앞둔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풍년이 될 수 있었던 추수에 실패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스페인 축구 협회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