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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트라이브 단독] 제이 보스로이드 칼럼: 위기의 아스널

제이 보스로이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의 공격수로 카디프 시티 FC와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에서 뛴 바 있다. 현재는 일본 J리그의 콘사도레 삿포로에서 활약 중이다. 해당 칼럼에서는 아스널의 현 상황과 아르센 벵거에 대해 다룬다.

 

[풋볼 트라이브 단독 제이 보스로이드 칼럼] 편집 정미현 기자=우리 가족은 모두 아스널 팬이었다. 나 역시 열한 살 때 아스널 아카데미에 들어갔는데, 지금까지도 우리 어머니의 집은 구장에서 10~15분 정도 떨어져 있다. 그런 만큼 우리가 아스널의 현 상황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테다. 중립적인 축구 선수로서 봐도 아스널의 상황은 슬픈데, 팬으로서는 더 마음 아프다.

 

U-18 팀에 있을 당시, 나는 종종 1군과 훈련하고는 했다. 아스널을 떠난 후로도 아르센 벵거 감독님께 전화를 받았을 정도다. 감독님은 첫날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항상 조용했고, 상냥했으며, 분노에 이성을 잃는 일이 결코 없었다. 아스널에 있는 내 지인조차 감독님이 이성을 잃었단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감독님이 지금만큼 압박받았던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슬픈 일이다. 내가 드리블과 슈팅 능력을 갖춘 선수로 성장한 데는 감독님의 공이 컸다. 내 체격 조건을 고려하면 흔치 않은 능력이고, 그런 만큼 감독님이 처한 현 상황이 안타깝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결말이 있는 법이다. 팬들은 이미 감독님께 지친 데다, 회복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감독님을 존경하지만, 너무 많은 선수가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다. 결과를 보여주지 않고도 쉽게 재계약에 성공한다. 라이벌 팀에 최고의 선수들을 파는 행위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아스널과 감독님은 발전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 유나이티드, 첼시, 토트넘 모두 아스널을 제친 상황이다. 아스널에 탑 4 클럽에 들어갈 자격이 되는 선수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첼시로 갈 수 있는 오바메양 정도일 테다. 그것도 모라타보다는 나으니까 말이다. 나는 외질이 에릭센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미키타리안이 델레 알리, 산체스, 포그바, 마샬, 더 브라위너보다 앞선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스널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돈 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에버턴조차 아스널보다 돈을 많이 쓴다. 지난여름 1억 3천만 파운드(약 1,933억 원)를 지출했다. 아스널은 오바메양과 미키타리안을 영입했음에도 에버턴보다 적게 썼다.

 

시즌 초, 나는 트위터에서 아스널이 리그 7위를 하리라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그리고 현재, 아스널에는 7위가 5위보다 가능성 있어 보인다. 4위는 매우 훌륭한 목표지만, 이룰 수 없는 목표다.

 

맨시티에 두 경기를 다 패배한 것도 그렇지만, 그 패배에도 방식이 있다. 모든 열과 성을 다했지만 졌다면 어쩔 수 없다. 더 나은 팀이 이긴 것뿐이니까. 하지만 브라이튼에 패했다는 것은, 드레싱룸에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선수들에게 투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내가 아스널에 있었을 당시에는 토니 아담스, 솔 캠벨, 애슐리 콜, 파트리크 비에라, 앙리, 베르캄프 등이 있었다. 그들은 매일매일 서로에게서 최고의 모습을 끌어냈다. 훈련 중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소리를 지르곤 했다.

 

어떤 이들은 내게 외질이 월드 클래스라고 말하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월드 클래스 선수들은 경기 양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외질은 다르다. 아스널이 못할 때는, 함께 못한다.

 

수비진도 실망스럽다. 페트르 체흐는, 글쎄. 오해하지 말기를. 훌륭한 경력을 가진 선수다. 매우 좋은 골키퍼였다. 그러나 현재는 심각한 실수를 범하곤 한다. 발밑이 좋은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체흐를 비난하지는 않는다.

 

수비진이야말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수비진은 골키퍼를 보호해야만 한다. 골키퍼가 최후방에 있긴 하지만, 수비수들은 그보다 더해야 한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듯하다. 오프사이드 라인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며, 함께 움직이지도 않는다. 누가 전방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팀이 일주일에 아홉 골을 실점한다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벵거 감독님께로 돌아가 보자. 나는 FA컵 결승전 이후 감독님이 떠나야 했다고 믿는다. 지금은 상황이 나쁜 만큼, 사람들은 감독님이 한 모든 좋은 일들을 잊게 될 것이다.

 

감독님은 스스로의 업적을 망친 셈이다. 그 누구도 감독님이 어떻게 무패 우승을 이뤘는지, 구단을, 선수들의 식단을, 축구 스타일을 어떻게 바꿨는지 기억하지 못할 테다. 감독님은 영국의 축구 스타일을 바꿨다. 모두가 아스널처럼 축구하고 싶어한 때가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좋지 못했던 날들만 기억하게 될 듯하다. 탑 4에 들지 못한 날이나, 리그에서 12번의 패배를 기록한 날이나, 마지막 6년 중 최소 승점을 얻은 날만을. 아스널과 잉글랜드의 축구를 위해 수많은 일을 고려하면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가는 벵거 감독님께 새 일자리를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감독님이라면 구단 대신 국가대표팀을 이끌 테다. 일본 국가대표팀을 맡게 된다면 정말 좋겠지.

 

감독님의 후계자로는 디에고 시메오네를 고르고 싶다. 시메오네라면 아스널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가져다줄 수 있을 테니까. 아스널은 선수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활기를 불어 넣어줄 감독을 필요로 한다. 4년 동안 부상 입은 채 재계약에 성공할 수는 없어야 한다.

 

미키타리안과 외질은 화려한 선수지만, 시메오네는 아틀레티코에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시메오네 같은 감독이야말로 아스널에 완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