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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무리뉴가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 리그 경기 세비야 원정에서 0:0으로 비겼다. 전력상 다소 우위에 있다는 평을 받는 맨유였지만 세비야에 일방적으로 몰린 경기를 했다. 물론 원정 경기에서 실점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삼는 무리뉴 감독이기에 다소 지지부진한 경기 내용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많은 맨유 팬은 형편 없는 경기력에 대해 실망했다.
무리뉴 감독은 또 이번에도 남 탓을 했다. 안데르 에레라가 경기 시작 17분 만에 다쳐 이탈해 경기를 망쳤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에레라가 뛸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무리뉴 감독이 패배의 원인을 내부적으로가 아닌 외부에서 찾아 팀을 단결시키는 리더십을 구사한다고 흔히 알려졌지만 지나친 남 탓이 보기 껄끄러운 부분도 있다.
무리뉴가 지금까지 구사한 '남 탓'을 살펴보자.
가장 흔한 게 '심판 탓'이다. 무리뉴의 심판 핑계는 유명하다. 심지어 심판 대기실에 쳐들어간 적도 있다. 2015/16 시즌 첼시 감독 시절, 리그 9라운드 웨스트햄 원정 경기 전반 44분 마티치가 퇴장당했다. 후반전 갑자기 무리뉴 감독은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휴식 시간에 심판 대기실에 난입, 항의하다 퇴장당한 것이었다. 흥분했어도 너무 도가 지나친 행동이었다. 차라리 평소처럼 경기 후에 비난했어야 했다.
어디 심판 탓만 하는가? '잔디 탓'도 한다. '무승부는 잔디 탓'이라며 상대 구장의 잔디 탓을 한 적도 있다. 2016/17 맨유 감독으로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에서 러시아팀 로스토프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리뉴는 '패스조차 할 수 없는 엉망인 아마추어 구장에서 우리 선수들이 고생했다'라며 맹비난했다.
결국 러시아 축구 협회는 이후 로스토프의 홈구장, 올림푸스 2 스타디움 사용을 금지하고 재정비했다.
'팀 주치의'와의 분쟁도 있었다. 2015/16 시즌 첼시 FC의 첫 경기, 스완지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동점 상황이었다. 부상당한 아자르는 의료진을 불렀고 그 결과 남은 시간 동안 아자르는 경기를 뛰지 못했다. 무리뉴는 굳이 뛸 수 있는 선수를 방해했다고 팀 주치의인 '에바 카네이로'를 경기를 이해할 줄 모른다며 심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구단에서 무리뉴의 인망을 잃게 만들어 결국 무리뉴가 경질되는 시작이 되었다.
상대 감독의 '전술 탓'도 했다. 첼시는 2013/14 시즌 리그 23라운드 경기에서 웨스트햄과 0-0으로 비겼다. 홈에서 웨스트햄을 맞아 39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득점하지 못했다. 경기가 실패로 끝나고 무리뉴 감독은 상대 팀이 '19세기 수준 축구'를 했다며 맹비난했다. 경기장에서 축구는 오직 자기 팀만 했을 뿐, 상대 팀은 아예 축구를 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이는 수비축구를 중심으로 하는 무리뉴 감독이 말하기에는 너무 자가당착이었다.
심지어 '날씨 탓'까지 했다. 맨유는 2017/18 EPL 6라운드 사우샘프턴 원정에서 로멜루 루카쿠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무리뉴는 맨유 선수들이 원정 구정에서 날씨가 너무 따듯해서 날카로운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는 평을 남겼다.
평소 맨체스터와는 다른 온화한 날씨 때문에 선수들이 더 피로했다는 말은 유머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차피 이긴 경기인데도 왠지 남 탓을 하고 싶었던 무리뉴였다.
'볼 보이 탓'도 했다. 2014/15 시즌 첼시를 이끌던 당시 뉴캐슬 원정에서 1:2로 패했다. 프리미어 리그 15라운드에서야 기록한 시즌 첫 패배였다. 경기 이후 '우리는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공이 사라지더라. 공이 밖으로 나가면 볼 보이가 가지고 도망가거나 공을 두 개 들어오기도 했다.'며 패배의 원인을 볼 보이 탓으로 돌렸다.
이날 첼시는 추가 시간을 6분이나 받으며 충분히 보상을 받았지만 무리뉴는 불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일정 탓'도 흔하다. 무리뉴는 2016/17 시즌 도중 유로파 리그와 리그, 컵대회까지 모두 병행하던 시기에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고 화를 냈다. 물론 휴식기간 없이 여러 대회를 병행하는 EPL의 일정은 고되고, 많은 다른 감독들도 불평을 한다.
하지만 경기 배정 등의 일정은 다른 팀도 모두 똑같은 일정을 소화하는데 유독 무리뉴만 불평이 많았다. 참 '투덜이 스머프' 같은 무리뉴 감독이다.
심지어 '홈구장에 찾아온 팬' 탓까지 했다. 맨유는 2017/18 허더즈필드 타운과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너무 팬들이 조용했다."며 팬들을 비난했다. 마치 장례식장에 온 거 같다고 비꼬는 표현은 당연히 따라붙었다.
좀 더 열정적인 응원을 바라는 감독의 마음도 있겠지만 굳이 승리한 경기에서 팬을 비판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그래도 무리뉴가 '선수 탓'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기 탓을 하는 경우보다도 말이다. 물론 선수가 언론 인터뷰로 팀을 비난하는 등, 내부 항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공격적으로 나오지만, 최소한 언론에서 팀의 선수 탓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가봐도 명백히 특정 선수의 실수로 패배했더라도 말이다. 차라리 열심히 뛰지않는 선수를 비판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경기 결과의 책임을 돌리지는 않았다.
그나마 남 탓하기 좋아하는 무리뉴의 유일한 양심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