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겨울에도 뜨거웠던 EPL의 이적 시장

[풋볼 트라이브=최유진 기자] 일반적으로 겨울 이적 시장은 조용하다. 가끔 거물 선수가 이적하는 경우가 있지만, 매우 드물다. 하지만 2018년 겨울 이적 시장은 대규모로 선수가 이동했다. 스페인 라리가와 영국 프리미어 리그, 고작 2개 리그에서만 사용한 금액만 6억 5천만 파운드(약 1조 원)를 넘는다.

 

그중 가장 큰 손은 역시 EPL이었다. 현재까지 약 4억 2천만 파운드(약 6300억 원)를 썼다. 역대 최고의 겨울 이적시장 이적료 지출이다. 종전의 기록은 앤디 캐롤, 페르난도 토레스, 에딘 제코, 루이스 수아레스 등이 이적해온 2011년 겨울 이적시장이었다. 당시 2억 2500만 파운드(약 3500억 원)를 지출했다. 5년 가까이 깨지지 않던 기록이지만, 2018년 겨울 이적 시장과 비교하면 거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라리가도 FC 바르셀로나의 필리페 쿠티뉴의 금액이 워낙 클 뿐, 이적 시장의 큰손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가 잠잠해 전체적으로 EPL 외에는 다소 잠잠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나 독일 분데스리가는 대형 이적이 단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 EPL의 겨울 이적시장은 매우 거대한 이적이 이루어졌다.

 

기존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가장 비싼 가격으로 이적한 선수는 첼시 FC에서 중국 상하이 상강으로 이적한 오스카의 6천만 유로(약 800억 원)이었지만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의 무시무시한 기세로 인해 6위로 떨어졌다. 아스널 FC,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FC 등 많은 대형 클럽의 선수 이적료 기록도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경신되었다.

 

꼭 이적이 아니더라도 아스널 FC 메수트 외질의 재계약,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알렉시스 산체스 간의 맞이적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이번 2018년 겨울 이적 시장이 과열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선수 개인으로서는 이제 곧 돌아올 러시아 월드컵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현 소속 팀에서 활약할 수 없다면 팀을 옮겨야 그나마 대표팀으로 선발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클럽 입장에서는 먼저 EPL에서 챔스 진출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현상이 있다. 상위 6개 팀의 전력이 비슷해지면서 5, 6위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5위인 토트넘 홋스퍼와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간의 승점 차는 겨우 5점밖에 되지 않는다. 우승 외에는 챔스 진출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생각하면 EPL 각 클럽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팀마다 명확한 약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겨울 이적 시장의 보강은 필연적이었다. 수비에 문제가 있는 리버풀에 있어서 만능형 수비수인 버질 반 다이크의 영입은 매력적이다. 공격수들이 매우 어리고 확실한 득점 루트가 적은 맨유에 있어서 경험 많은 스코어러 산체스의 영입은 클럽을 한 차원 높게 이끌어줄 수 있다. 라카제트가 다소 부진한 아스널에 피에르 오바메양의 득점력과 속도는 더 많은 승점을 노릴 수 있게 한다. 중앙 수비가 약하다는 평이 있는 맨시티가 아이메릭 라포르테를 바이아웃으로 영입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형 영입까진 아니지만, 공격수가 부족한 첼시가 올리비에 지루를 영입하고, 에릭 라멜라의 부진으로 2선 자원이 부족했던 토트넘이 루카스 모우라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영입이 반드시 효과를 발휘한다는 법은 없다. 영입 자체가 실패할 수도 있고 영입을 해도 강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팀이 강하더라도 5위 이하로 떨어지면 다음 시즌 챔스에는 나갈 수 없다. 유로파 우승을 통해 진출하는 경우를 포함해도 최소한 6팀 중 1팀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이번 겨울 이적 시장을 시작으로, 많은 EPL 클럽들은 물러나지 않고 큰 판돈을 걸고 도박을 한 셈이다.

 

과연 어느 팀이 웃게 될지는 이제 감독과 선수들의 역량과 조화가 잘 이루어지냐에 따라 달렸다. 특히 낡은 전술이라는 비판을 받는 아르센 벵거나 조세 무리뉴, 팀과 불화가 있는 안토니오 콘테, 미숙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급진적인 위르겐 클롭 등 불안 요소가 남아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유럽 무대에서 EPL 팀의 질주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금 영입과 재계약의 흐름은 주목할 만하다. 대형 영입은 꼭 자국 리그에서의 경쟁뿐만 문제가 아니다. 한동안 라리가, 분데스리가에 밀려 유럽 무대에서 부진했던 EPL 클럽들은 이번 시즌 챔스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지만 아직 우승 후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그나마 호셉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가 꼽히는 정도다. 파리 셍제르망,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등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강한 선수단이 필요했다. 이미 리그 우승이 거의 확정된 맨체스터 시티가 무리하게 라포르테를 영입해서 수비를 보강했다. 당장 이번 시즌 챔스 우승을 노리는 영입이다.

 

다른 EPL 팀도 챔스 우승만큼 매력적인 목표는 없다. 보강을 멈추지 않고 계속 영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팬 입장에서는 선수 이적과 그 결과는 클럽 축구를 즐기는 데 있어 가장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뿐만 아니라 다음 여름 이적 시장 역시 온갖 주목이 몰리는 곳은 EPL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