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어설픈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개혁이 필요한 아스널

[풋볼트라이브=최유진 기자] 박싱 데이가 끝난 이후 여전히 아스널의 순위는 6위다. 4위 리버풀 FC와의 승점 차는 5점이다. 시즌 내내 번갈아 가면서 5위, 6위를 지키고 있다. 4위로 올라간 건 아주 잠깐이었을 뿐이다. 지난 시즌 5위로 유로파 리그로 떨어지고 큰 성과가 없다.

 

경기당 승점만 놓고 보면 1.75점으로 경기당 1.97점을 벌던 2016/17 시즌보다도 떨어졌다. 클럽 최고 이적료로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자유 계약으로 세아드 콜라시나츠 같은 좋은 선수를 영입했는데도 그렇다.

 

특히 원정 경기의 성적이 형편없다. 원정 경기만의 승점으로 계산하면 아스널의 리그 순위는 무려 9위까지 떨어진다. 강팀과의 성적도 형편없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 5위 이상의 팀과의 경기에서 아스널은 1승 3무 3패로 절대적인 열세다.

 

단순히 벵거의 전술 만이 문제가 아니다. 팀의 운영 등 총체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낮다. 아스널의 주급이나 이적료 등의 사용은 프리미어 리그 다른 팀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돋보이는 선수인 메수트 외질이나 알렉시스 산체스는 모두 재계약을 거부하고 이적하려고 하거나 이적했다. 차라리 적절한 시기에 두 선수를 매각했다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홈그로운 선수도 실패하거나 팀을 떠났다. 시오 월컷, 대니 웰백,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 키어런 깁스 등의 선수들은 아스널에서 제대로 자리잡고 못하고 기복을 보이면서 주급을 낭비하고 있거나, 팀을 떠났다. 유망주를 잘 본다고 소문났던 벵거의 안목도 한물갔다.

 

아스널은 장기적인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아스널은 계속 돈을 쓰면서 유로파 리그에만 나가는 팀이 된다. 다른 방향의 개혁이 필요하다. 계속 거액을 투자하며 팀의 선수단을 교체하는 맨체스터 시티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젊은 선수를 잇달아 발굴해 성공한 토트넘 홋스퍼나 리버풀 FC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먼저 처음 생각할 수 있는 건 상식 밖의 과감한 투자다. 현재 아스널에는 뛰어난 선수가 요소요소 포진해있다. 여기에 가용 가능한 금액을 모두 끌어낸 투자를 통해 팀의 선수단과 지도진, 운영진을 교체하는 도박이다. 어중간한 선수가 아닌 월드클래스 급 선수를 노리는 전략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토마스 투헬 같은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도 현재 무직이다.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 않는 코치진이나 의료진도 개혁의 대상이다. 

 

한번 완성된 팀은 꾸준히 유지된다. 조세 무리뉴가 만들어놓은 첼시 FC의 디디에 드로그바, 존 테리, 프랭크 램파드, 마이클 에시엔 등은 조세 무리뉴 이후에도 첼시가 고성적을 올리는데 한몫을 했다. 아스널도 하나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도박은 실패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 아스널은 고사한다. 돈은 돈대로, 성적은 성적대로 몰락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과감한 도박이 필요한 시점이다. 투자한 금액만큼 성적이 나온다는 건 이미 많은 팀이 증명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현재의 고 주급 선수를 모두 정리하고 장기적으로도 주급이 많거나 올라갈 만한 선수를 보유하지 않고 매각한다. 선수 영입에서도 고비용의 선수를 피하고 저렴한 선수를 주로 영입한다. 유스에 투자해서 가격 대 성능 비가 좋은 선수단을 육성한다.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는 방침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팀의 재정을 안정시킬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으로는 단기적인 성적 하락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포르투 FC, SL 벤피카, 세비야 FC, 에버턴 FC 같은 팀을 지향해서 합리적인 지출을 하는 팀으로 거듭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이득이다. 언급한 팀들이 오히려 유럽 무대에서 아스널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때도 많았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중계권료, 상금보다 이적료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현대 축구의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가 아닌 긴축 체제로의 전환은 팀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사실 과감한 투자와 규모의 축소는 서로 정반대의 방법이다. 그런데도 아스널 FC에 이 두 해답이 모두 정답이 될 수 있는 건 그만큼 아스널이 장기적인 운영 방안이 부재하고 근 10년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 4위, 챔피언스 리그 16강이라는 성적에 안주한 결과다. 대량의 투자든 긴축 재정이든 아스널은 이제 갈 길을 정해야 한다. 어중간한 운영방법으로는 EPL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