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 국가대표팀

결단이 필요한 서울과 곽태휘

[풋볼 트라이브=서정호 기자]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의 팀 내 입지가 위태롭다.

 

곽태휘는 국내 베테랑 수비수 중 가장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2005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를 한 곽태휘는 교토상가 FC, 울산 현대, 알 샤밥 등을 거치며 다양한 팀에서 프로 경력을 이어 왔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 동아시안컵 국가대표, 2011, 2015 AFC 아시안컵 국가대표, 2014 브라질월드컵 국가대표를 거치는 등 국가대표팀 경력도 풍부하게 쌓았다.

 

울산 시절은 곽태휘의 전성기였다. 2011년 울산에 입단한 이후 2년간 울산에서 활약하며 K리그 베스트11 수비수 부문에 2년 연속 선정됐다. 특히 2012년에 철퇴 축구를 앞세운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패 우승에 공헌하며 이름을 떨쳤다. 중동으로 이적한 이후에도 곽태휘의 실력은 여전했다. 2015년 AFC 아시안컵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자신의 주가를 높였다.

 

2016년 중반 중동에서 계약이 만료된 곽태휘는 친정팀 서울로 복귀했다. 서울에 복귀해 베테랑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또한, 서울의 리그 우승, FA컵 준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공헌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황선홍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곽태휘에게 2017시즌 주장을 맡기며 신뢰를 보여줬다.

 

그러나 곽태휘의 2017년은 최악이었다. 시즌 초반 황선홍 감독의 신뢰 아래 선발로 경기에 나섰지만 부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나이가 걸림돌이었다. 37살의 노장 곽태휘는 느린 발로 상대에게 뒷공간을 끊임없이 내줬고, 대인 마크 실패, 판단 실수가 계속 나왔다. 장점인 제공권과 강력한 몸싸움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며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골키퍼 유현과 함께 곽태휘의 시즌 초반 경기력은 최악에 가까웠다. 서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이래 처음으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곽태휘의 부진이 길어지자 황선홍 감독은 신인 황현수를 기용하며 해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서울은 시즌 내내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렸다. 시즌 중반 양한빈 기용과 이웅희 전역 이후에야 안정을 찾았다. 황현수와 이웅희가 붙박이로 서울의 후방을 책임지면서 곽태휘는 가끔 교체로 출전하게 됐다. 하지만 시즌 초 부진을 씻어내는 데 실패한 서울은 결국 5년 만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며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냈다. 2016시즌 K리그 디펜딩챔피언이 한 시즌 만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는 곽태휘와 황선홍 감독 모두가 바라는 그림이 아니다. 황선홍 감독은 2017시즌 주장으로 곽태휘를 선임하며 믿음을 줬다. 하지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곽태휘보다 2016시즌 주장이었던 오스마르가 완장을 찬 경기가 더 많았다. 이는 팀 운영상 바람직한 모습이라 보기 힘들다.

 

곽태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전에 대한 갈망이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하며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최종 명단에 뽑혔으나 대회에서 1분도 뛰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선수 경력상 마지막이 될 러시아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에 뛰지 못하고, 좋은 경기력을 뽐내지 못한다면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수 없다. 더군다나 현재 대표팀 센터백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리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과 곽태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서울 입장에서는 주장 곽태휘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팀 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 있다. 주장을 바꿀 수도 있지만, 이는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에서 곽태휘가 팀의 지주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이는 곽태휘가 바라는 최선의 그림은 아닐 것이다.

 

곽태휘도 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 한다. 서울은 주전 황현수, 이웅희가 건재하고 젊은 센터백 박동진을 영입하며 수비진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서 경기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러시아월드컵 출전이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다.

 

곽태휘의 계약은 2018년 여름까지다. 한국 나이로 38살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도, 이적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면, 곽태휘가 눈을 낮추고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재 대표팀 센터백 중 곽태휘보다 A매치 경력이 많은 선수는 없다. 노장이라 쉽지 않겠지만, 곽태휘가 일정 수준까지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베테랑이 필요한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서울과 곽태휘가 서로 ‘Win-Win’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곽태휘의 결정에 달려있다.

 

[사진 출처=FC서울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