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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축구계에 미치는 영향: 3부 국가의 존폐 위기에 빠진 카타르, 축구에 모든 것을 걸다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카타르는 11,571km²의 면적을 가진 작은 나라다. 이곳은 기원전부터 사막화가 진행됐을 정도로 사람이 거의 살지 않았다. 대항해시대 때 페르시아만을 공략하고 일부 지역을 지배했던 포르투갈조차도 이곳만은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카타르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인 석유 산업이 시작되면서 황금의 땅으로 변했다. 그리고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1970년대에 석유 파동이 터지자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카타르는 축구 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꾸는 나라가 됐다.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 FC와 2022년 FIFA 월드컵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 1, 2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내부적 변화와 이란의 갈등에 대해 말했다. 이번 3부에서는 카타르의 단교와 2022년 월드컵, 그리고 파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해당 칼럼에는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 축구 외적인 이야기, 즉 현재 중동의 상황까지 다뤘음을 미리 밝힌다. 해당 칼럼 작성을 위해 ‘풋볼 트라이브 아랍 에디션’과 ‘이란 에디션’에 자문했다.

 

무하메드 왕세자(좌)는 차기 사우디 국왕으로 유력하다

 

사우디와 갈등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으로 주변 국가들은 줄서기에 바빴다. 이집트와 바레인, 아렙이미리트는 사우디의 편에 섰다. 그리고 이들 모두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이에 카타르는 이란과 동맹을 맺었다.

 

카타르가 주변 국가들의 압박을 받는 이유는 외교 문제와 반군 문제 때문이다. 우선, 카타르는 바레인과 사이가 좋지 않다. 본래 카타르는 바레인의 지배를 받았지만, 영국을 통해 독립했다. 두 나라가 갈라선 지 15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들은 여전히 반목하고 있다. 특히, 하와르 섬을 비롯한 영토의 소유권 문제로 다투고 있다.

 

때마침 카타르가 사우디와 갈등을 빚자 바레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사우디의 편에 섰다. 조금이라도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것이다.

 

시리아 반군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까지 카타르는 테러 조직으로 규정된 ‘무슬림 형제단’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반면, 사우디는 이런 카타르의 행동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우디의 알 사우드 왕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내의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뿌리 뽑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왕가는 극단주의자들을 든든한 조력자로 여겼지만, 테러 이후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극단주의자들 대부분은 시리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로 본거지를 옮겼다.

 

국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몰아낸 알 사우드 왕가지만, 그들은 극단주의자들이 자신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이들을 돕는 카타르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특히, 카타르는 경제적 제재를 받는 이란과도 대화를 유지하는 국가이기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사우디와 이란과의 관계는 1, 2부 참고)

 

때마침 자기 아들인 무함마드를 왕세자로 세우고자 했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카타르의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카타르 국왕이 군사학교 졸업식 때 “이란을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정당화할 구실이 없다”는 내용의 연설을 발표하자 이를 빌미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한편 해당 연설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가 단명할 수 있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무장 정파 하마스와 헤즈볼라, 무슬림형제단을 두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우디의 강경 대응에 이집트와 바레인, 아랍 에미리트 등도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형세가 사우디에 유리하게 기울어지자 리비아와 예멘, 몰디브 등도 단교에 동참했다. 영공과 영해에 집중 견제를 받은 카타르는 식료품과 생필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사우디의 견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 3위인 카타르의 천연가스 송유관을 모두 끊어버렸다. 그리고 카타르가 2013에 체결한 ‘리야드 협약’을 어겼다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카타르의 국력은 사우디를 막아내기 벅차다. 인구와 물자, 경제력 등 사우디보다 우세한 것이 없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022년에 개최 예정인 월드컵과 축구 산업을 최대한 활용해 국제 사회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뿐이었다.

 

지난여름 FC 바르세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맹 FC로 이적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네이마르

 

카타르, 축구에 모든 것을 걸다

 

지난여름, 카타르가 중동 국가들의 집중 견제를 받자 많은 이들이 “이제 파리는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파리는 카타르의 알 타니 왕가가 보유한 최고의 무기다. ‘핵’은 국제 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간주 받지만, 축구는 그 반대다. 전 세계를 축제 분위기에 젖어들게 만드는 데는 역시 스포츠가 제격이기 때문. 더군다나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기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지난여름 파리는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바페를 영입했다. 이들의 이적으로 전 세계는 파리뿐만 아니라 중동의 정세에 관심을 보였다. 일부는 사우디의 방식이 비인도적이라며 비판했다. 그만큼 카타르의 투자는 어느 정도 소득을 얻었다.

 

또한, 카타르는 이 과정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지도부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경제와 외교, 군사 분야 등 여러 부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시리아 난민과 경제 문제, 지도력 부족 논란을 겪으며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뉘엘마크롱(우)과 카타르 국왕인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좌)

 

마크롱은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의 분쟁을 활용해 자신이 처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얼마 전 카타르와 총 110억 유로(한화 약 14조 861억 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에 서명하며 카타르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중동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을 비판하며 ‘서방 국가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이에 하락했던 그의 지지율이 최근 소폭 상승했다. 카타르 역시 ‘프랑스’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으며 이득을 봤다.

 

축구에 대한 카타르의 투자는 2022년 월드컵이 개최되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월드컵은 국제 사회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고의 방패인 만큼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는 2022년 월드컵이 치러지지 않는 이상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월드컵 개최지가 정해진 상황에서 공격하면, FIFA를 포함해 다수의 국제기구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카타르도 이 점을 모르지 않는다. 그들은 2022년 월드컵 개최 전까지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할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담보로 자신들의 안위를 국제 사회에 맡기는 것이 카타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다.

 

그러나 2022년 월드컵 이후 카타르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대회가 치러진 이후에는 FIFA를 비롯한 국제단체가 사이에서 카타르를 보호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매력적인 자원이 있지만 5년 후에도 지금처럼 매력적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특히, 2022년이면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의 국왕으로 즉위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왕위 계승 법칙을 어기고 국왕이 되는 만큼 내부에서는 반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가 이런 불만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리고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는 과거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킨 것처럼 카타르와 이란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법뿐이다.

 

그만큼 카타르와 중동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중동은 2022년 이후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꾸준하게 고갈되고 있고 원유 산업을 제외한 이렇다 할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 노동자들 문제를 비롯한 내부적인 문제가 그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즉, 원유 산업은 이제 그들의 편이 아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