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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축구계에 미치는 영향: 1부. 사우디아라비아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엄청난 일로 이어지는 현상을 나타낸다.

 

20세기부터 인간 사회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아주 조그마한 사건에도 예민해졌다. 특정 구역에서 분쟁이 발생하거나 대기업이 몰락해, 전 세계의 주식 시장이 흔들리기도 한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가장 민감한 곳은 중동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국가들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량 생산 및 수출하고 있고, 이와 관련된 사업을 한다. 오늘날 석유가 없는 세계는 꿈꾸기 어려울 정도라, 해당 국가들의 영향력도 자연스레 강해졌다.

 

공교롭게도 중동 국가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축구 산업과 밀접하다. 오늘날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같은 중동 국가들은 축구 산업에서 막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을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생길 정도.

 

그렇다면 현재 중동의 전망과 그 변화가 축구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필자는 3주에 걸쳐 이를 설명할 예정이다. 해당 칼럼에는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 축구 외적인 이야기, 즉 현재 중동의 상황까지 다뤘음을 미리 밝힌다. 해당 칼럼 작성을 위해 ‘풋볼 트라이브 아랍 에디션’과 ‘이란 에디션’에 자문했다.

 

알 사우드 왕가의 문제

 

사우디는 ‘메카’와 ‘메디나’ 같은 이슬람의 성지와 석유 같은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중동과 이슬람의 중심지가 됐다.

 

그러나 오늘날 사우디는 심각한 문제에 처했다. 그들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까? 석유에 대한 지나친 의존? 이슬람? 여성 인권 문제? 외국인에 집중된 노동력? 젊은 층이 공무원 아니면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

 

수많은 문제가 있지만, 필자가 뽑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나라를 경영하는 알 사우드 왕가다. 약 7000명이 넘는 왕자들이 국가의 요직을 차지하고 부를 독점한다. 또한, 종교 지도자들과 지배적인 동맹 관계를 맺어 왕가의 지배를 합리화시킨다. 산유국인 사우디가 심각한 빈익빈 부익부 사회인 이유 역시 왕가 때문이다.

 

오늘날 왕이 지배하는 대부분 나라는 입헌 군주제다.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들과 달리 전제군주제다. 나라를 건국한 이븐 사우드 국왕은 왕가의 안위를 위해 친족들을 국가의 고위직에 임명했고 서거할 때 왕가의 안위를 부탁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듯이 혈육만큼 믿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바로 권력 앞.

 

과거 사우디 역시 왕위 계승을 위해 피비린내 났던 시기를 겪었다. 이븐 사우드 국왕이 서거한 이후 왕위에 오른 사우드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민심을 잃어 동생인 파이살 빈 압둘아지즈에게 양위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살 국왕은 정신병을 앓고 있던 조카 파이살 빈 무사드에게 암살당했다.

 

이후 왕위 계승은 부자가 아닌, 형제, 즉 연장자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왕자들은 기본적으로 환갑을 넘어서 즉위했다. 고령인 국왕에게는 정책을 추진할 힘이 없기 마련이다. 국가는 조금씩 보수적인 형태를 띠기 시작했으며, 지배층은 종교의 고위 관계자와 결탁해 자신들의 권리를 확고히 하기 바빴다. 그리고 왕위 계승에 밀린 왕자들은 왕좌보다 개인의 삶을 중시했다.

 

사실, 왕위 계승 절차에 반(反)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의 지배 체제 전복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 왕가와 왕자 본인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다. 특히, 사우디의 변화는 세계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기에 미국 같은 서방 세력도 쉽게 간섭할 수 없었다. 따라서 왕가에게 변화란 늘 암묵적인 금지어였다.

 

그러나 오랜 안정기에 접어들자 문제가 생겼다. 왕자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것이다. 특히, 이슬람을 믿는 사우디는 일부다처제이다 보니 왕자들의 증가 추세가 유독 빨랐다. 이것은 정치 문제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았다. 그리고 왕자들은 개혁을 방해하는 거대한 걸림돌이 됐다.

 

이런 왕가의 문제점은 축구에서도 나타났다. 국가가 추진하는 일 대부분은 왕가의 손익에 맞춰 계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래도 연장자나 왕위 계승이 유력한 왕자의 의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령 입지가 미약한 왕자가 축구 구단을 투자하고자 한다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왕자들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축구가 유럽, 곧 기독교 문화의 산물이라며 그 자체를 경멸하는 왕자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일부는 카타르나 아랍 에미리트처럼 축구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지만, 어느 나라든지 간에 왕자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왕자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계획을 수포로 만들어놓는다.

 

설사 어렵게 허락을 받아도 승인해준 왕자들의 간섭을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축구 산업은 원래 계획했던 방향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결국 투자를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또한, 사우디 사회는 기본적으로 명예를 중시한다. 즉, 속보다 겉으로 보여주는 식의 일 처리를 많이 한다. 왕가는 돈을 잘 쓴다. 이것은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잘 쓴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그냥 돈을 쓴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묶여있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해 계획보다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구단이 ‘알 힐랄 FC’다. 알 힐랄은 사우디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왕실의 지원을 받는 만큼 엄청난 자본력을 가졌다.

 

문제는, 알 힐랄은 왕가의 지원을 받지만, 왕자들이 서로를 견제하고 주도권을 잡기 바쁘다. 이들은 스포츠가 국가와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을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여주기 형식일 뿐이다.

 

이것이 사우디가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국가들과 달리 유럽 축구 구단을 인수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이자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원인이다.

 

그러나 이런 사우디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살만 빈 압둘 아지즈 현 국왕이 왕세자였던 조카 니예프를 축출하고 친아들인 무하마드를 왕세자로 세운 것이다. 왕세자의 나이는 32살로 매우 젊다.

 

이것은 거대한 사건이다. 왕세자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왕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는 곧 대대적인 숙청을 의미한다. 그리고 숙청된 왕자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었던 자본가들 역시 자신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왕세자는 자신이 다스릴 나라가 지금처럼 중동의 지배자가 되기 위해 이란을 지금보다 더욱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외교적으로 이란과 가까운 카타르도 안전하지 못하다. 2022년에 개최될 예정인 카타르 월드컵만이 그들을 보호할 수 있을 뿐이다.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적, 경제적 갈등과 그의 영향은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2부.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에서 계속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