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세리에 A

디발라가 비안코네리를 떠날 수 있는 이유들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지난여름 유벤투스에서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한 다니 알베스는 디발라에게 “자신의 재능을 좀 더 터트리고 싶다면, 언젠가는 유벤투스를 떠나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니 알베스의 발언은 유벤투스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해당 발언을 의식한 비안코네리 경영진은 디발라에게 미셸 플라티니와 로베르토 바죠,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같은 전설들이 쓴 등 번호 10번을 주며 그의 마음을 붙잡고자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디발라는 “유벤투스와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며 유벤투스를 떠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그가 유벤투스를 떠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환기에 접어든 유벤투스

 

2006년 칼치오폴리 사건으로 세리에B로 강등된 유벤투스는 2012년부터 리그 6연패를 달성해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2010년대 세리에A는 비안코네리의 천하였다.

 

하지만 시간은 만물을 늙고 연약하게 만든다. 유벤투스의 천하 역시 무너지고 있다.

 

15년 넘게 비안코네리의 골문을 지켜왔던 수문장 지안루이지 부폰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안드레아 바르찰리와 조르지오 키엘리니,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곤살로 이과인, 사미 케디라, 블레이즈 마투이디 같은 베테랑 선수들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이 필요한 상황. 여기에 파리 생제르망의 관심을 받는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물론,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와 다니엘레 루가니 같은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이들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대교체는 미래를 위한 전환점이지만, 동시에 많은 승리를 놓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단의 변화를 디발라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는 내년에 만 25살이 된다. 이 나잇대 선수들은 대개 본인의 경제적 안정과 우승 경력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더 큰 구단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다.

 

유벤투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명문구단이지만, 이제 변화를 맞이할 때다. 디발라에게 지금처럼 많은 승리를 챙겨주지 못한다.

 

유벤투스의 영입 정책

 

오늘날의 이적 시장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려면 최소 5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투자해야만 한다. 월드 클래스로 평가받는 선수 영입에는 최소 1억 유로의 이적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망,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구단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디발라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원하겠지만, 유벤투스의 자금력은 이를 이뤄내기에는 불충분하다. 작년에 영입한 곤살로 이과인은 94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했지만, 이것은 폴 포그바를 매각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선수단에 포그바처럼 가치 있는 선수는 디발라 뿐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유벤투스는 계약 만료가 임박한 베테랑 선수와 적당한 이적료로 영입할 수 있는 세리에A 선수를 영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레알과 바이에른 뮌헨처럼 루가니와 마티아스 칼다라 같은 자국 유망주들을 선점하는 영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자국 리그 선수들의 재능과 숫자가 따라주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교롭게도 지금 세리에A는 지안루이지 돈나룸마와 마누엘 로카텔리, 피에트로 펠레그리 같은 자국 유망주들의 숫자가 적다. 아니, 리그 재능 자체가 기근이다.

 

이 정책의 또 다른 문제는, 선수를 붙잡을 수 있는 매력 상실이다. 과거 세리에A가 부흥했던 이유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했던 선수들이 뛰면서 유럽 대항전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경제력과 선수단의 질이 떨어지면서 이런 매력을 잃었다. 오늘날 세리에A 구단들은 유럽 대항전에서 부진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세리에A 선수들을 저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저평가받는 게 오늘날 세리에A의 현실이다.

 

힘의 상실은 곧 매력의 상실이다. 오늘날 세리에A가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나마 유럽 대항전에서 유벤투스가 선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마저 매력을 잃는다면, 디발라 같은 선수를 붙잡을 힘을 완전히 상실한다.

 

중국 자본의 유입

 

최소한 디발라가 리그에서 계속 챔피언이 되고 싶다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유벤투스를 떠나는 게 낫다. 그 이유는 세리에A의 주도권이 인테르로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테르가 다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마우로 이카르디와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 밀란 슈크리니아르, 그리고 마티아스 베시노, 알레산드로 바스토니 같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 또한, 유소년 팀에는 안드레아 피나몬티와 옌스 외데고르, 니콜로 자니올로, 파쿤도 코리디오 같이 촉망받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인테르는 여전히 굶주려 있다. 이탈리아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을 꾸리는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지만, 슈크리니아르처럼 외국 선수들을 영입해 젊은 선수단을 갖추고자 한다.

 

두 번째, 세리에A에서 가장 압도적인 자본력을 갖췄다. 세리에A 구단 중 자본력으로 인테르에게 승리할 구단은 없다. 이는 인테르의 소유주인 쑤닝 그룹 때문이다.

 

중국 최대의 가정 업체 제품인 쑤닝 그룹은 연 70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는 150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쑤닝 그룹의 장진동 회장의 목표는 기업을 중국 제1의 민영기업과 세계 100대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가 인테르를 인수한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기업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축구 구단을 인수한 것이다.

 

인테르를 인수한 쑤닝 그룹은 선수 영입과 구단의 부채 상환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여기에 수많은 후원 계약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구단의 자체적인 수익을 늘리고 있다. 쑤닝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인테르는 빠르게 자급자족이 가능한 구단으로 성장 중이다.

 

여기에 쑤닝 그룹은 자신들처럼 해외 진출을 노리는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인 ‘에버그란데’와 동맹을 체결했다. 에버그란데는 에릭 토히르 회장이 보유한 인테르 지분의 30%를 매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구단에 새로운 후원 계약을 안겨줄 전망이다.

 

현재 인테르의 이카르디 역시 레알 이적에 연결되고 있다. 쑤닝 그룹과 에버그란데는 이카르디를 위해 막대한 재정적 이득은 물론이고 그를 보좌할 수 있는 선수들 영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말은 라 리가와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등지에서 뛰는 뛰어난 선수들이 영입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인테르가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쑤닝과 에버그란데는 상상을 초월할 자본을 투자할 것이다. 이미 확고한 영입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유벤투스가 자본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은 어렵다.

 

레알과 바르사의 존재

 

디발라는 아르헨티나 선수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콜롬비아 같은 라틴 아메리카 선수들은 스페인 무대에 ‘아메리카 드림’ 같은 동경심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선배들이 스페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특히, 레알과 바르사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존재다. 아르헨티나의 전설인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가 뛰었기 때문이다.

 

디 스테파노는 레알의 유러피언 컵 5연패를 이끌며 세계 최고의 명문 팀을 만들었다. 비록 아르헨티나 국가 대표 팀과 인연은 없지만, 마라도나 이전에 아르헨티나가 낳은 최고의 선수였다.

 

마라도나의 최전성기는 SSC 나폴리 시절이지만, 그 이전에 바르사에서 뛰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메시는 바르사의 황금기를 열었다. 자기 자신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로베르토 아얄라와 후안 로만 리켈메, 파블로 아이마르, 곤살로 이과인처럼 뛰어난 선수들이 라 리가에서 뛰며 아르헨티나인들의 우상이 됐다. 즉, 레알과 바르사 같은 라 리가 구단들에서 뛴다는 것은 위대한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것을 뜻한다.

 

문화와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언어 적응 문제가 없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같은 라틴 아메리카 이주민들이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 많이 거주해서 문화 적응도 쉽다. 그리고 스페인은 이탈리아처럼 지중해성 기후로 날씨가 좋다.

 

무엇보다 레알과 바르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세계 최고의 구단이다. 이들은 유벤투스와 달리 주축 선수를 매각하지 않아도 매년 선수 영입으로 1억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투자할 수 있다. 여기에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미래가 기대된다.

 

유벤투스 경영진은 디발라에 목숨 걸지 않는다

 

유벤투스 경영진은 디발라가 이적을 원할 경우 보내주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는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것을 뜻하지만, 동시에 빠른 팀 개편 시기를 잡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유벤투스는 당장 보강해야 할 곳이 많다. 은퇴를 선언한 수문장 부폰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보이치에흐 슈체스니가 있지만, 유벤투스를 이탈리아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구단의 성격상 지안루이지 돈나룸마 같은 자국 골키퍼 영입에 거액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마르키시오와 케디라, 마투이디를 대체할 미드필더도 구해야 한다. 미랄렘 피야니치와 로드리고 벤탄쿠르, 스테파노 스투라로가 있지만, 이들로는 대체가 어렵다. 새로운 미드필더 자원이 필요하다.

 

수비자원 역시 마찬가지. 키엘리니와 바르찰리의 대체자로 루가니와 칼다라가 있지만, 풀백 보강이 시급하다. 여기에 알렉스 산드로는 여전히 이적할 가능성이 높다.

 

공격진의 문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과인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

 

여러 부분에 걸쳐 대대적인 보강이 필수인 유벤투스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적 시장은 최전방 공격수와 좌우 풀백, 중앙 미드필더, 골키퍼 매물이 적다. 그만큼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데, 구단의 자금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유벤투스는 선수단에서 가치가 가장 높은 디발라와 산드로를 매각해 얻은 돈으로 여러 부분을 보강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이 두 선수의 가치는 크다.

 

유벤투스의 팬들은 디발라가 델 피에로 같은 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구단의 변화는 작년의 포그바 때처럼 디발라의 이적을 부추기고 있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