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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르디에게는 인테르 잔류가 답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마우로 이카르디는 만 22살의 나이에 세리에A 최연소 득점왕 자리에 올랐다. 이후 세리에A와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았다.

 

최고의 선수는 명문 구단의 관심을 받는 법이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2년 전 이카르디의 영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당시 이카르디는 인터 밀란 잔류를 선택했다. 그때는 카림 벤제마가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기에 주전 자리가 보장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레알의 공격진은 예전 같지 않다.

 

이처럼 레알 공격진이 노쇠하고 이카르디가 맹활약을 펼치자 ‘마르카’와 ‘아스’를 비롯한 스페인 언론과 이탈리아 언론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최근에 그들은 이카르디의 레알 이적설을 보도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이카르디는 레알 이적보다 인테르 잔류가 나을 것으로 보인다.

 

영광을 독점하지 못한다

 

이카르디가 인테르에 잔류했던 이유는 구단에 대한 충성심도 있겠지만, 모든 영광을 독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3년 인테르로 이적한 그는 2015년, 리그 최연소 득점왕을 수상한 이후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막시 로페즈가 불륜을 저지른 이후 복수를 한 완다의 영향도 있었다) 특히, 위대한 선배인 하비에르 사네티의 유지를 잇기 위해 주장으로 선임되자 네라주리 팬들의 애정을 독차지했다.

 

비록 지난 시즌 자서전 사건으로 팬들과 시비가 붙긴 했지만, 이카르디는 여전히 구단의 새로운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네라주리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다. 이 때문에 이반 페리시치와 안토니오 칸드레바 같은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쳐도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선수는 언제나 이카르디였다.

 

그러나 레알은 다르다. 이카르디가 아무리 맹활약해도 지금만큼 영광을 독식하지 못할 것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존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2009년에 레알로 이적한 이후 절대 군주로 군림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은 그를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레알이 쌓은 모든 명예는 호날두의 차지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레알의 숙원이었던 열 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인 ‘라 데시마(La Decima)’ 때를 생각해보자. 당시 호날두는 결승전에서 부진했다. 그러나 레알은 세르히오 라모스의 극적인 동점 골과 가레스 베일의 결승 골에 힘입어 라 데시마를 달성했다.

 

하지만 언론이 장식한 표지는 세르히오 라모스와 가레스 베일의 득점 장면이 아닌 페널티 킥을 성공시킨 이후 상의 탈의를 하고 포효한 호날두의 사진이었다. ‘라 운데시마’와 ‘라 두오데시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영광은 늘 호날두가 독차지했다.

 

이카르디가 레알로 이적해서 맹활약해도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호날두가 세워놓은 업적과 이미지는 이카르디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중요성의 차이

 

선수 시절 레알에서 뛰었던 데이비드 베컴은 자서전 ‘마이 사이드’에 이런 말을 했다.

 

「어두침침한 가운데 나는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과 악수를 한 다음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명예 회장을 소개받았다. 나는 전날 저녁 그에 대한 것을 물어봤다.

 

“레알 최고의 선수는 단연 디 스테파노 씨겠죠?”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위대한 선수일 뿐이죠”」

 

짧지만 저 말은 레알라는 구단을 알려줄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다. 분명히 레알은 모든 선수가 가고 싶은 꿈의 구단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들은 1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디 스테파노와 프란시스코 헨토, 레몽 코파, 페렌츠 푸스카스, 라울 곤잘레스, 지네딘 지단 등 수많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헌신한 구단이다.

 

따라서 레알의 선수가 된다는 것은 선배들이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며 위대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수많은 전설적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기록될 뿐이다.

 

그러나 인테르는 다르다. 유럽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지만, 레알처럼 절대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물론, 1960년대 엘레니오 에레라 감독의 카테나치오 전술을 앞세운 ‘그란데 인테르’ 시절과 이탈리아 최초의 트레블을 달성했다. 그리고 주세페 메아차와 지아친토 파체티, 산드로 마촐라, 루이스 수아레스, 하비에르 사네티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많이 뛰었다.

 

하지만 레알처럼 꾸준하게 상위권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암흑기를 경험해 예전의 명성을 잃었다. 따라서 이카르디에 대한 대우와 중요성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카르디가 승리를 위해 레알로 이적한다면 후세에 수많은 승리자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잔류한다면 암흑기를 버텨내고 네라주리의 별을 다시 밝힌 ‘위대한 영웅’으로 남아 주세페 메아차 같은 전설들과 함께 최고의 위치에 있을 것이다.

 

인테르의 시대가 오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승과 경제적인 측면을 언급하며 레알 이적이 낫다고 말하지만, 급한 부분은 아니다. 인테르 역시 이카르디가 만족할 수 있는 연봉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인테르의 소유주인 쑤닝 그룹은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민영기업이다. 연 70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만큼 구단에 대한 투자도 크다.

 

쑤닝은 인테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구단의 3억 1000만 유로의 부채를 대신 감당했다. 또한, 에릭 토히르 회장의 대출금인 1억 8000만 유로를 상환하는데 도와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난징에 인테르와 장쑤 쑤닝을 통합한 가게를 개장했고 밀라노 더비 시간대를 중국인들이 보기 편하게 저녁 시간 때로 변경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PPTV로 인테르 채널을 중국에서 방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스폰서들과 계약을 체결해 수익 창출 구조를 넓혔다.

 

그들의 투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와 무역계약을 체결해 외식 및 주류산업을 주도하는 이탈리아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중국에서 인테르의 브랜드를 단 스페셜 와인을 출시했다.

 

여기에 주세페 메아차 재개발 건축 계획을 추진해 구단의 전용 시설을 갖추는 작업에 돌입했고 모든 훈련시설 개선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마지막으로 아르헨티나(코르도바)와 일본(도쿄), 중국(베이징, 난징, 상하이) 등지에 새로운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선수 영입에서도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비록 지난여름 이적 시장 때는 중국 정부의 통제로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쓰지 못했지만,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보하면 내년 여름에 큰돈을 투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 세리에A는 인테르가 패권이 잡을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우선,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구단이 없다. 유벤투스의 자본력은 쑤닝 그룹에 미치지 못한다. AS 로마와 SS 라치오, SSC 나폴리의 자금력도 대단하지 않다. AC 밀란은 구단의 존폐가 달려있을 정도로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하다.

 

또한, 타 구단들의 전력도 약해질 듯하다. 유벤투스는 지안루이지 부폰이 은퇴를 선언했고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안드레아 바르찰리,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노쇠화 과정에 있다. 파울로 디발라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적이 예상된다.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가 예상된다. 또 다른 라이벌 구단인 AC 밀란은 재정 위기로 선수들을 대거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SSC 나폴리 역시 마찬가지. 뛰어난 조직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호세 카예혼을 비롯해 주전 선수들이 노쇠화 과정에 접어들었다. 로렌초 인시녜 같은 선수들은 해외로부터 막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AS 로마와 SS 라치오는 FFP룰 때문에 선수단을 유지하기 어렵다.

 

반면, 인테르는 다르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자본력이 있고 미래를 짊어질 밀란 슈크리니아르와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 마티아스 베시노 같은 젊은 선수들이 많다. 때를 기다린다면, 리그 우승 탈환은 물론이고 과거의 독주 체제를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레알은 인테르와 다르다. ‘베일레스 카르바할레스’라는 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하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같은 10대 유망주들 영입에 거액의 이적료를 투자하고 있지만,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적다. 무엇보다 절대적 라이벌인 바르셀로나의 존재 때문에 세리에A만큼 많은 우승을 차지하기 어렵다.

 

호날두는 이카르디의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선수 개인의 특성과 레알의 전술을 고려하면 호날두와 이카르디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되기 어렵다. 두 선수 모두 오프 더 볼에 강점이 있고 최전방과 좌우 측면을 침투하는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인이 드리블을 통해 스스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기보다 동료들의 크로스와 키 패스를 바탕으로 득점하는데 능한 포처다.

 

또한, 레알의 전술은 호날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카르디가 온다면 전술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벤제마와 이카르디가 다르기 때문이다. 벤제마는 뛰어난 기술력과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장점인 선수다. 여기에 포스트 플레이에 능해 호날두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이카르디는 기술력이 좋은 공격수가 아니다. 연계 능력이 좋고 포스트 플레이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타고난 신체 능력이 좋은 것일 뿐 힘이 좋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기술력과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벤제마보다 떨어져서 지단의 전술에 겉돌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호날두가 떠난다면 레알은 이카르디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레알은 공간 창출에 능한 이스코와 뛰어난 크로스 능력을 갖춘 다니엘 카르바할 같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카르디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호날두가 있는 레알은 이카르디에게 맞는 팀이 아니다. 차라리 인테르에 남아 때를 기다리며 기량을 발전시키는 게 그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사진 출처=인터 밀란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