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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시스템의 현재, 그리고 미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3라운드, 2위 발렌시아 CF와 FC 1위 바르셀로나의 경기가 오심으로 빛이 바랬다. 공은 분명 골라인을 넘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심판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골은 결국 무효 처리됐다.

 

라리가뿐 아니다. 전 세계가 축구를 한다. 그 수많은 경기에서 나오는 모든 판정이 완벽할 수는 없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VAR은 대체 무엇일까? 초등부와 중등부를 비롯해 유소년 리그에서 2011년부터 6년 동안 활약했던 강사흔 전 심판의 칼럼, “VAR 시스템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서 알아보자.

 

 

VAR 시스템의 현재, 그리고 미래

 

[풋볼 트라이브 단독=강사흔 전 심판] 축구계에서 늘 논란이 되는 화제는 무엇일까? 이번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이런 뜨거운 화젯거리 중에서도 가장 꾸준하게 언급되는 것은 ‘오심’이다.

 

현대 축구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보다 빠르고, 전술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수들과 감독들은 축구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좇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 결과 오심이 속출했다. K리그는 물론, 프리미어 리그와 라 리가 등 유럽의 빅 리그에서도 심판의 자질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경기 규칙’을 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 International Football Association Board) 역시 이런 논란을 인지했다. 이에 2016년 3월 연례일반회의(AGM : Annual General Meeting)를 통해 IFAB 역사상 가장 종합적인 경기규칙 개정과 더불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시범 운영을 승인하기에 이른다.

 

2016년 FIFA 클럽 월드컵과 2017년 FIFA U-20 월드컵, 2017년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시범 운영됐다. 프로 리그 중에서는 호주 A리그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K리그 클래식은 지난 7월 1일부터, 분데스리가와 세리에A도 이번 시즌부터 시행하고 있다. 라 리가는 2018/2019시즌부터 도입이 확정됐다. 프리미어 리그 역시 이를 추진 중에 있다.

 

 

1) VAR 시스템

 

VAR(Video Assistant Referee)은 무엇인가? K리그 클래식에 도입된 장비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3대의 차량을 VAR 특수 차량으로 개조하는 데 1대당 약 2억 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 차량을 ‘VOR(Video Operation Room)’이라고 칭한다.

 

해당 차 안에는 9개의 모니터가 있어 경기장을 촬영하는 12개의 모니터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경기 상황을 확인하는 라이브 모니터와 주심이 상황을 재확인할 수 있는 3초 딜레이 모니터, 그리고 주심이 해당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VAR 터치스크린과 오퍼레이터 모니터 등이 있다.

 

위 장비는 모두 벨기에에서 구매했다. 장비 가동에는 경기당 40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같은 시간대 3경기 이상의 경기가 열리면, 차량 이외에도 텐트형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총 6기의 시스템 운용이 가능하다. VAR 영상은 중계 방송사의 협조를 받아 촬영하는데, 경기장마다 12개의 카메라(골라인 필수설치)가 설치되며 지상파 방송 중계 시에는 최대 15대의 카메라를 활용한다.

 

 

2) VAR 관련 업무

 

장비를 살펴봤으니 이제 가용 되는 인원과 그들의 임무를 살펴보자.

 

– VAR(비디오 판독 주심): 비디오 판독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심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주심의 판정에 도움을 주는 심판이다. 비디오 판독 주심에게는 판독이나 최종 판정에 대한 권한이 없다.

– AVAR(비디오 판독 부심): VAR을 도와 사건을 기록한다.

– RO(영상 관리자): VOR에 위치한 VAR 시스템의 관리직이라고 보면 된다. 기술적인 업무를 담당하며 갑자기 일어나는 기계 오류나 유사시에 대처한다.

– RRA(주심 판독 지역): 심판이 재생 화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필드 밖, 개방적인 곳에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주심 이외에는 접근이 불가하다.

– RA(리뷰 어시스턴트): RRA 지역에서 주심을 돕는다. 양 팀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

– VOR(비디오 오퍼레이션 룸): VAR, AVAR, RO가 있는 방이다. 영상 재생에 대해 독립적인 접근 허가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장 근처나 중앙 관리실에 위치해야만 한다.

 

 

3) VAR 사용 상황

 

그렇다면 이제 VAR을 사용하는 상황에 대해 알아보자. 미리 말해두자면, VAR 규정 및 모든 경기규칙은 IFAB 규정에 따르며 지역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VAR은 현재 4가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 골 상황에서의 오프사이드 여부

– 골이 들어가기까지 공격전개 상황에서의 공격수 파울 여부

– 골이 들어가기까지 공격전개 상황에서의 볼 터치라인 아웃 여부

 

페널티킥

– 페널티킥 여부

– 페널티 에어리어 IN/OUT 여부

– 페널티를 주기까지 공격전개 상황에서의 공격수 파울 여부

– 페널티를 주기까지 공격전개 상황에서의 볼 터치라인 아웃 여부

 

다이렉트 퇴장 (경고누적 퇴장 제외)

– 주심이 퇴장성 반칙으로 의심했으나 정확히 보지 못한 경우

– 주심이 놓쳤거나 보지 못한 퇴장성 반칙

– 명백한 득점기회 방해 여부

 

제재선수 확인

– 주심이 선수에게 경고나 퇴장을 잘못 준 경우

– 제재를 받을 선수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

 

VAR은 위의 4가지 경우에서만 가능하다. VAR 요청과 판독 모두 주심만이 가능하며 심판 외의 선수와 코치진, 외부인원이 VAR 신호를 보낼 경우 경고 조치를 받게 된다.

 

 

4) VAR의 장·단점

 

그렇다면 이 VAR의 도입이 축구계에 미친 영향은 과연 긍정적일까?

 

오심을 방지할 수 있는 장비임에는 틀림 없다. 그러나 오히려 주심들이 VAR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명백한 오심이나 지나치게 심각한 상황에서 사용하게끔 한 IFAB의 권고와 달리 VAR 사용이 너무 잦아, 되려 심판들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

 

주심만이 VAR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논란을 낳고 있다.

 

도입 초기인 만큼 규정에도 결함이 있다. 이 규정상의 허점은 지난 9월 24일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전북현대모터스와 대구FC와의 경기에서 에반드로의 득점 취소되었을 당시에 이미 드러난 바 있다. VAR 판독 결과 공격 전개가 시작된 골킥을 굴려서 처리한 점이 규칙에 위반됐고, 그 결과 주심은 득점을 무효 처리했다. 경기가 끝난 후 큰 파문이 일었고 해당 심판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골킥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도 간과한 것에 대한 징계일 뿐, 득점 취소에 대한 징계는 아니었다.

 

이쯤 되면 무엇이 결함인지 알아차리는 이도 있을 테다. 바로 “공격전개 상황”이라는 문구다. 골킥이 득점에 관한 공격전개 시작에 해당하는지, 득점을 넣기 전 도움부터가 득점에 대한 공격전개 상황인지 애매하다. 40번의 패스 후 누군가 골을 넣었다고 가정해보자. 언제부터가 공격전개 상황인가? 첫 번째 패스가 규칙을 위반했다면, 골을 무효 처리해도 되는가?

 

현재 VAR은 완전 도입이 아니기 때문에 IFAB에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자료를 수집하고 피드백을 준다. 그렇기에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해서 이미 인지하고 있어, 내년 AGM에서 좀 더 완화된 규정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종목에서 장점을 참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배구에서는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경기당 제한을 두거나 정확한 판정일 때 판독 기회가 사라지거나 하는 등의 규칙을 축구에도 도입한다면 편파 판정에 대한 논란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는 말은 이제 축구계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오심도 경기에서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 세계 각국 축구심판들 입에서 나오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사진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