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에 입단하자마자 전국민적 스타가 됐다. 많은 이들이 그를 한국 축구의 미래라며 응원했고 성공을 기원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바르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목적지는 세리에A의 승격 구단인 엘라스 베로나였다.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많은 출전 시간을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승우는 베로나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주전이 되지 못하고 있을까. 그 원인은 무엇일까.
➀주전을 맡기 어려운 환경
가장 큰 문제는 순위다. 12경기를 치른 베로나는 1승 3무 8패로 승점 6점을 기록해 강등권인 19위다.
어느 리그든지 간에 강등권으로 내려간 팀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을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강등되면 현 선수단의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재정적 손실까지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명문 구단이라도 한 번 강등되면 언제 다시 승격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오랜 시간 세리에A와 B를 오갔던 베로나는 이를 잘 알고 있다. 1984/1985시즌 세리에A 우승을 차지했지만, 영광의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이 더 많았다. 수차례 강등권을 경험한 만큼 단기적 성과에 더 집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번 시즌은 17위 US 사수올로 칼초와 승점이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목멜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은 이승우 같은 유망주들에게 적합하지 않다. 특히, 경쟁자가 지암파올로 파치니와 알레시오 체르치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파치니는 경험이 많고 검증된 공격수다. 과거 UC 삼프도리아와 인터 밀란, AC 밀란에서 뛰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35경기 출전해 23득점을 기록했고 이번 시즌에는 12경기 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말 그대로 팀의 핵심 주포다.
체르치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토리노 FC 시절 때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2013/2014시즌 때 13득점 11도움을 기록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 득점이 없지만, 9경기 중 3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설상가상 이들을 중심으로 한 4-4-2 포메이션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다. 전술적인 변화나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승우가 이들을 밀어내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다.
➁자신들만의 색깔이 없는 베로나
지금 베로나는 ‘정말 약하다.’ 이 표현 이외에 이들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없다. 이 팀이 어떻게 세리에A에 승격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조직력은 기본이고 본인들만의 뚜렷한 개성이나 장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팀은 이승우가 아니라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선수들이 와도 힘들다.
이번 시즌 초반 베로나는 4-3-3 포메이션 시스템에 기반을 뒀지만, 해당 시스템의 장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늘날 4-3-3 포메이션은 기본적으로 볼 점유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약속된 플레이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베로나의 4-3-3 포메이션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고 약속된 플레이는 나오지 않았다. 공을 받기 위한 꾸준한 움직임도 없다.
이 때문에 최근 베로나는 4-3-3 대신 4-4-2 포메이션 시스템으로 변화했다. 괜찮은 시도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좀 더 나아졌을 뿐 큰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약점인 수비력은 더욱 약해졌고 파치니와 체르치 투톱은 기동력에서 약점을 보여주고 있다. 약속된 플레이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승우의 기용은 자칫하면 큰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이승우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그가 출전한 이후 팀의 경기력은 달라졌고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를 중심으로 변화를 가져가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금은 변화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안 된다.
➂애매함
이승우가 적극적으로 기용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확실한 강점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승우는 좋은 선수다. 무엇보다 다재다능하다. 뭐든 곧잘 할 줄 안다. 그러나 리오넬 메시나 이스코처럼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지지 않았다. 가레스 베일처럼 폭발적인 주력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해리 케인이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처럼 타고난 신체 조건과 근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우로 이카르디처럼 감각적인 득점에 능한 것도 아니다.
물론,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승우는 유망주다. 출전 기회를 쌓아야 확실한 장점을 쌓을 수 있을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필자도 이에 동의하는 바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이승우가 많은 기회를 받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한 가지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원툴 유형의 선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직면하고 토사구팽 되기 마련이다. 결국, 오랫동안 살아남는 선수는 다재다능한 선수들이다.
그러나 베로나처럼 한시가 급한 팀들은 다재다능함이 부족해도 확실한 장점이 있는 원툴 유형의 선수들을 더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른 시일 내에 강등권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성과에 적합한 선수들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승우는 구단이 원하는 선수와는 거리가 있다.
또한, 아직 본인만의 확실한 포지션을 정하지 못했다. 주로 공격수와 왼쪽 측면에서 뛰지만, 고정 포지션은 아니다. 이른 시일 내에 주전으로 발돋움하려면 자신만의 확실한 포지션을 가져가는 게 최우선이다.
➃기회는 올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면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회가 언제 찾아오느냐와 그걸 잡아낼 수 있느냐다.
이승우를 보면 지난 시즌 VfL 볼프스부르크 임대를 떠난 레알 마드리드의 보르하 마요랄이 떠오른다. ‘라 파브리카’ 시절 라울 곤잘레스와 카림 벤제마를 섞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큰 기대를 받고 볼프스부르크로 왔지만 결국 실패했다.
마요랄이 실패한 원인은 다섯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 볼프스부르크가 베테랑 공격수인 마리오 고메스를 영입했다. 두 번째, 총 세 번의 감독 교체가 있었다. 세 번째, 강등권에 빠지다 보니 기존 선수들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네 번째, 최종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레알 결국 마드리드다. 다섯 번째, 마요랄이 여러모로 애매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승우를 보고 있으면 지난 시즌 마요랄이 처한 상황과 많은 점이 닮았다. 파치니라는 걸출한 공격수가 있고 파비오 페치아 감독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특히, 강등권에 빠져있는 상황이기에 여러모로 애매한 이승우가 지금보다 더 적은 출전 시간을 부여받을 수 있다.
결국, 이승우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구단의 강등권 탈출이 우선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자신만의 개성과 고정 포지션을 가져야만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차분히 기다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기회는 분명히 온다. 그러나 그 기회를 놓친다면, 지금보다 더 먼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사진 출처=엘라스 베로나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