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이탈리아 국가 대표 팀의 지안 피에로 벤투라 감독의 사퇴가 임박했다. 그리고 아주리 군단의 차기 감독 후보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수의 이탈리아 언론은 현재 무직 중인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유벤투스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 그리고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차기 대표 팀 감독 후보로 뽑았다.
그러나 지금 이탈리아에는 단기간에 성적을 낼 수 있는 인물 보다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며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여기에 적합한 사람이 바로 FC 낭트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과 FC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다.
두 사람은 전술가 유형의 감독이 아니다. 그러나 변화를 추진하면서 장기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데 능하다.
레스터 시티를 이끌며 두 번 다시 없을 동화를 쓴 라니에리는 우승 경력이 적다. 하지만 그가 거쳤던 발렌시아 CF와 첼시 FC, AS 모나코는 챔피언이 됐다.
레스터 시티를 제외한 라니에리의 최고 업적은 첼시의 변화를 이끈 것.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했던 2003년 이전부터 그는 존 테리와 프랭크 램파드, 윌리엄 갈라스 같은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단을 개편했다. 2003년 이후에는 클로드 마켈렐레와 데미안 더프, 조 콜, 웨인 브릿지 등을 영입해 명문 구단의 기반을 다졌다.
비록 라니에리는 그다음 해 경질됐지만, 첼시를 물려받은 주제 무리뉴 감독은 1년 만에 구단을 프리미어 리그의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만치니 역시 빠질 수 없다. 그는 2004년부터 인터 밀란의 변화를 이끌었다. ‘악마의 재능’으로 유명한 아드리아누 역시 이 시기에 자리 잡았고 훗날 인테르의 트레블을 이끌었던 줄리우 세자르와 왈테르 사무엘, 에스테반 캄비아소, 데얀 스탄코비치 등이 중용됐다.
그 결과 구단은 1988/1989시즌 이후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원래 챔피언은 유벤투스가 돼야만 했지만, 칼치오폴리 사건으로 인해 인테르의 우승으로 기록됐다) 그리고 만치니의 인테르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무리뉴는 트레블을 이끌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만치니의 지도력은 빛났다. 그의 부임 이전만 해도 맨시티는 ‘졸부’의 이미지가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만치니는 맨시티를 프리미어 리그의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인테르에서 두 번째 임기가 아쉬웠지만, 이때는 마우로 이카르디를 세리에A 최고의 선수로 성장시켰다.
물론, 두 감독은 변칙적 상황에 약하다. 특히, 만치니는 단기전에 약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이탈리아 축구 협회가 이들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의 승리는 곯은 상처를 잠시 잊게 해줄 뿐이다. 지금 이탈리아에 필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다. 썩은 상처를 제거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변화가 최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패배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라니에리와 만치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주리 군단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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