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라리가

비니시우스는 성장하고 있다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4500만 유로, 혹은 한화 약 568억 원. 정말 좋은 선수가 아니면 기록하기 힘든 이적료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17살의 브라질 소년을 영입하기 위해 4500만 유로를 지불했다.

 

4500만 유로의 주인공은 브라질의 신성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였다. U-15와 U-17 청소년 대회에서 조국 브라질을 이끌고 맹활약한 비니시우스는 브라질 언론과 전설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7살의 나이에 일찌감치 스타덤에 오른 선수는 펠레와 호나우두, 네이마르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레알의 과감한 투자를 비판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 나잇대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니시우스의 1군 데뷔 경기를 본 대다수 레알 팬들은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여줬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이 왜 높은 이적료를 기록했는지 증명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주력

 

필자가 비니시우스의 경기를 맨 처음 접했을 때 “정말로 이 선수가 4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기록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필자가 본 경기는 U-17 남아메리카 청소년 대회 결승전이었는데, 비니시우스는 스코어러의 재능은 있었지만 그 이외에 확실한 강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뛰어난 스코어러라면 갖춰야만 하는 필수 덕목인 주력도 뛰어나지 않았다.

 

오늘날의 축구는 기본적으로 속도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뛰어난 주력을 요구한다. 특히, 공격수는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느리면 반쪽짜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비니시우스의 주력에 대한 우려가 앞섰다. 주력은 그가 성인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최우선으로 발전시켜야만 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는 주력과 오프 더 볼 상황에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자마자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이제 그는 압도적인 주력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어떤 때는 호나우두를 연상하는 라인 브레이커의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주력이 발전하자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드리블 돌파력도 좋아졌다. 승격 초기 비니시우스는 상대 수비수들의 강한 견제를 받으며 드리블 돌파 자체가 안 됐지만, 이제는 자신의 주력을 활용한 드리블 돌파로 재미를 보고 있다. 물론, 드리블 성공률 자체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데뷔 초기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다재다능함

 

필자는 비니시우스를 보면 작년에 LA 레이커스에서 은퇴한 코비 브라이언트와 현재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뛰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의 신인 시절이 떠오른다. 이 두 선수는 신인임에도 주눅 들지 않았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자신의 단점을 빠르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는 비니시우스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매 경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재능과 노력은 그를 네이마르 같은 다재다능한 선수로 만들고 있다.

 

9~11월에 치러진 경기들을 보면 비니시우스는 다양한 역할을 무난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측면과 중앙 할 것 없이 기회를 만들어 내거나 상대 수비수들을 찢어내는 능력은 주력과 드리블 돌파력 다음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까지는 인상적이지 않지만, 자신의 우상인 네이마르처럼 볼을 운반하는 능력도 서서히 발전하고 있다. 여전히 경기에 출전하는 시간은 15~30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일 치러진 플루미넨시 FC와의 경기는 그의 빠른 성장세를 실감할 수 있었던 경기 중 하나였다. 이날 1:3으로 지고 있었던 플라멩구는 비니시우스가 교체 출전하자마자 전반전과 다른 경기를 보여줬다. 비니시우스는 경기에서 차이를 만들어냈고 플라멩구는 극적인 동점을 기록해 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이처럼 비니시우스가 빠르게 성장하자 브라질 국가 대표 팀의 티테 감독 역시 그의 국가 대표 팀 선발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레알 마드리드’라는 우주에는 ‘호날두’라는 이름의 거대한 별이 빛났다. 하지만 별이 빛을 잃어가며 죽어가는 것처럼 ‘호날두’의 별 역시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빛을 대신하는 존재는 ‘비니시우스’라는 이름의 작은 별이 될 것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