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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고 본템포 칼럼] 아챔 결승 리뷰: 수비력과 결정력이 만들어낸 10년 만의 트로피

[풋볼 트라이브 단독] 티아고 본템포, 편집 정미현 기자=우라와 레드 다이아몬즈는 일본 축구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팀이다. 그리고 이 팀이, 10년 만에 드디어 아시아의 정상에 올랐다.

 

2007년 AFC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후 10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우라와는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1년에는 강등까지 당할 뻔했다. 당시에는 호리 다카후미 임시 감독이 간신히 팀을 구해냈더랬다.

 

2012년, 미하일로 페트로비치 감독의 부임 이후 더 큰 꿈을 꿀 수 있었다. 5년에 걸친 이 “페트로비치 시대”에는 스쿼드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매 시즌 우승 후보로 손꼽혔으며, 실제로도 아름답고도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중요 순간마다 실망을 면치 못했다. J리그에서는 두 번, 리그 컵과 일왕배에서도 한 번씩 2위를 기록하며 우승컵을 놓쳤다. 극적으로 아챔에서 탈락한 적도 있었다. 작년, 리그 컵 하나만을 들어 올렸을 뿐이다.

 

2017년의 우라와는 보다 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우라와의 불안정한 수비 파훼법은 금방 노출됐고,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페트로비치는 좀처럼 스타일을 바꾸려 들지 않았다. 아챔 16강전에서는 살아남았지만, 리그에서는 줄곧 발목을 잡혔다. 결국 “불운한 천재” 페트로비치는 감독직을 잃고 말았다.

 

다시 한 번, 소방수 호리 다카후미가 등장했다. 호리는 “수비 안정화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택했다. 첫 시작은 좋았다. 수비진도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력은 여전히 일관적이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가와사키 프론탈레와의 8강전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토도로키 원정에서 3:1로 패한 1차전, 그리고 선제골까지 내준 2차전 ㅡ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 속, 우라와는 네 골을 몰아쳤고, 1, 2차전 합계 5:4로 4강전에 진출했다. 리그에서는 여전히 확실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일왕배에서는 가시마 앤틀러스에 4:2로 패했지만, 그래도 아챔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호리의 축구 철학이 팀에 점점 녹아들고 있는 듯했다: 집중력, 수비 조직력, 그리고 회복력.

 

우라와는 리그에서 세 번째로 많은 실점을 했지만, 선수의 기량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뒷공간을 자주 노출하는 데다, 너무 많은 위험을 떠안는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챔에서만큼은 매 경기 빛나는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압박 속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팀의 중앙수비수 마키노 토마키는 4강전에서 5,500만 유로(약 710억 원)의 사나이 헐크와 올해의 아시아 선수 후보인 오마르 크리빈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니시가와 슈사쿠 역시 아챔에서 중요한 선방을 여러 차례 보여주며 기량을 증명했다. 니시가와 덕분에 팀은 리야드에서 열린 결승 1차전을 1:1로 마무리하며 우승의 초석을 쌓을 수 있었다. 페트로비치의 3 – 4 – 2 – 1 전술에서 스위퍼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엔도 와타루 역시 호리의 4 – 1 – 4 – 1 전술에는 완전히 녹아들며 제 몫을 해냈다. 아베 유키 주장 역시 볼란테에서 센터백으로 위치를 변경, 1차전에서는 약간의 실수를 범했으나 2차전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호리가 바통을 넘겨받은 후, 우라와는 확실히 수비 지향적인 팀이 됐다. 57,727명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치는 와중에도 말이다. 좀처럼 공격에 나서지 못했으며, 점유율에서도 상당히 밀려 있었다. 초반에는 압박을 통해 상대 팀을 초조하게 만들려 했으나, 수비 실수도 함께 따라왔다. 그러는 와중에 알 힐랄은 자신감을 되찾았으며 점점 기회를 만들어갔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우라와의 좌측면인 마키노와 우가진 토모야가 경고를 받았다. 전반이 끝날 무렵, 알 힐랄은 점유율에서 6:4로 앞서 있었다.

 

후반전에서도, 우라와는 리그와는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경기했다. 거칠었고,  때로는 폭력적이었다. 물론 그 적대적이고 험악한 분위기 그 자체가 알 힐랄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 힐랄은 분명 견고한 일본의 수비를 뚫는 데 점점 인내심을 잃어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주심 라브샨 이르마토프는 원정팀에 더 많은 휘슬을 불었다. 그리고 78분경, 살렘 알 도우사리가 6분 만에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한 명이 적어졌으나, 알 힐랄은 계속해서 압박하고, 공격했다. 이 팀은 리그에서 13개월 동안 무패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아챔에서도 결승전에 올라오는 여정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

 

1차전의 1:1 결과 덕분에, 우라와 레즈는 0:0 무승부에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2분이 남은 상황,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듯했던 알 힐랄의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 오사마 하우사위가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하우사위가 걷어내지 못한 무토의 패스는 그대로 하파엘 실바에게 흘러갔다. 실바는 모하메드 자팔리를 뿌리치며 슛을 날렸고, 압둘라 마유프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10년 전, 나가이 유이치로가 넣었던 결승 골 장면을 연상케 하는 순간이었다.

 

우라와는 J리그의 팀들이 지난 9년간 달성하지 못한 것을 해냈다. 앞서 말했듯, 수비의 공도 크다. 하지만 우승을 완성한 마지막 퍼즐은, 대회 동안 9골을 넣은 하파엘 실바였다. 우라와는 마침내 간절히 원하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채,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우리가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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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풋볼 트라이브 제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