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라리가

스페인 축구의 위기, 네덜란드의 강세, 그리고 이탈리아의 반격

레알 마드리드의 초특급 공격수 유망주인 이스라엘 살라자르가 없는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갈림길에 선 스페인 축구

 

이번 대회를 통해 필자가 가장 실망한 팀을 뽑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스페인을 뽑겠다. 어쩌면 스페인 축구가 이제 한계에 직면했을지도 모른다.

 

스페인 축구의 전성기인 2000년대 후반에서부터 2010년대 초반에도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은 뛰어났지만, 피지컬적으로 강한 팀을 만나면 상당히 고전했다.

 

이제까지 스페인 선수들은 타고난 축구 지능과 뛰어난 기술력, 그리고 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이런 약점들을 극복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필자는 확신했다. 앞으로는 스페인 선수들의 이런 플레이 방식이 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을 상대한 팀들은 다음과 같은 전술을 들고나왔다. 첫 번째, 중앙에서 강하게 압박하면서 패스 줄기를 끊어버림으로써 스페인 선수들이 측면에 의존하게끔 했다.

 

두 번째, 수비 상황에서 라인을 내린 이후 공간을 내주지 않는 축구를 펼치면서 무의미한 패스와 전체적인 라인을 올리도록 유도했다. 스페인은 계속 공을 점유했지만, 무의미한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체력적으로 지치기 시작했고 이에 선수들의 라인이 전체적으로 많이 올라갔다.

 

이런 축구는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자멸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스페인의 전성기에는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 페르난도 요렌테 등 언제든지 결정지을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지만, 지금 스페인은 이를 마무리할 수 있는 선수가 없기에 그만큼 골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동료들이 그만큼 라인을 올림으로써 슈팅 기회를 분배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공을 빼앗기면 순식간에 역습을 허용하게 된다. 스페인은 이런 식으로 상대에게 여러 차례 약점을 노출했다.

 

세 번째,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회가 생기면 확실히 잡는다. 이는 오늘날 성인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세트피스에서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피지컬적으로 강한 팀을 상대로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제공권 싸움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압도적인 피지컬을 가진 팀들에 밀리는 경향이 있다.

 

공을 얼마나 많이 점유한다고 해도 결국 축구는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 하는데, 스페인처럼 볼 점유율이 강점인 팀들을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제공권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기회를 많이 살릴 수밖에 없다. 이는 이번 청소년 대표팀만 그런 게 아니라 성인 대표팀에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오늘날 축구에는 스페인 축구가 더는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는 청소년 대회에서조차 스페인 축구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4강에 진출했지만, 이 4강 진출은 스페인 축구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다.

 

단, 스페인인 경우 2002년생 세대보다 바로 아래인 2003년생 세대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03년생 선수들로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일찍이 기대를 모았던 이스라엘 살라자르와 데 라 비보라가 있다. 이들이 중심이 된 2003년생 세대의 결과가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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