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충성’을 요구하면서 ‘충성’을 배신하는 시대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유벤투스의 유소년 선수 출신이다. 그러나 지난여름 이적 시장 마감을 앞두고 구단과 계약이 해지됐다

자, 그렇다면 이제 상황이 달라진다. 모 구단의 A라는 선수는 7년 전 B구단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자 A 구단으로 매각됐다. A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구단을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그리고 팀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A는 재계약 때 “A팀에 평생 헌신하는 선수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5년 차부터 갑자기 부상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한 시즌에 무려 30경기 이상을 결장했던 적도 있었다. 결국, A구단은 높은 연봉을 받지만, 부상으로 자주 이탈하는 A를 매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A는 “A구단에 평생 충성하겠다. 내 계약 기간은 아직 3년이 남아있다”라며 잔류 의지를 밝힌다.

 

하지만 팬들은 그런 A의 결정을 비판한다. 그리고 선수의 충성심을 조롱한다. 자, 그렇다면 이런 A의 충성심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또한, B라는 선수는 C팀에서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던 유소년 선수다. B는 17살의 나이에 C에서 1군을 데뷔했고 무려 10년 이상을 뛰었다.

 

그러나 B가 한계를 드러내자 구단과 팬들은 ‘B를 매각하지 않는 이상 이 팀의 우승은 어렵다’라며 B의 매각을 주장한다.

 

하지만 유소년 시절부터 C구단에서 활약했던 B는 “나는 이 팀의 유소년 선수 출신이다. 이 팀을 떠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내가 좀 더 잘하겠다”라며 구단에 충성을 맹세한다. 그렇지만 구단은 끝내 B를 매각하고 새로운 선수를 영입한다. 우리는 이런 B의 충성심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또 C라는 선수가 있다. C는 어린 시절 D구단의 팬이었다. C는 F구단에서 데뷔했고, 그곳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자신이 오랫동안 꿈꿨던 D구단으로 이적해 약 10년 가까이 활약했다. D구단은 C의 맹활약에 힘입어 엄청나게 많은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은 C를 위해 팀 내 최고 연봉을 안겨주며 이에 보답했다.

 

하지만 C의 나이가 어느덧 만 서른을 넘고 기량이 하락했다. D구단은 변화를 원했고 C와 재계약을 맺기를 포기했다. 팬들 역시 C가 기량이 하락하고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그의 존재로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자 C를 지지하지 않기 시작했다. C는 어린 시절 자신이 꿈꿨던 D구단에 계속 충성을 맹세했지만, 여론이 나빠졌음을 느꼈다.

 

결국, C는 팀을 떠난다. 그리고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고 모든 것을 다 바쳤던 D구단에 말할 수 없는 배신감과 상처를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C의 충성심을 뭐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오늘날 스포츠계에서 ‘충성’이라는 단어만큼 쉽게 그 의미가 변질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정작 구단이나, 팬들은 선수들에게 충성심을 요구하면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언제 그랬냐 듯이 그 충성심을 배신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다 비즈지스야. 어쩔 수 없다고”

 

선수들도 사람이고, 그들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은 프로다. 프로는 결국 돈이고 비즈니스”라고 쉽게 말하지만, 누군가는 이 비즈니스 세계를 통해 거대한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한평생 자신이 충성을 다 했던 대상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돌아오기를 거부한다.

 

과연 이 ‘충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매력적일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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