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는 분명 뛰어난 패서이자 중원의 사령관이지만, 발이 느리고 수비 가담에 약점이 있는 선수다. 이런 까닭에 레알을 상대하는 팀들은 주로 왼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왜냐하면, 크로스는 민첩성이 떨어지는 까닭에 발이 빠른 선수들을 상대로 제대로 수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크로스는 유독 상대의 역습 상황에서 수비적인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 역시 상술한 문제점이 크다. 그러나 또 다른 이유는 크로스와 함께 왼쪽 측면에 배치된 마르셀로 역시 수비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르셀로는 분명 세계 최고의 왼쪽 풀백이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개인 기량을 통해 스스로 적진으로 뛰어들어 공격의 혈을 뚫는다. 그만큼 레알의 공격 전술에서 마르셀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마르셀로가 출전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레알의 측면 공격력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고 그만큼 팀의 공격 전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보니 오버래핑을 자주 시도한다. 이 상황에서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면 수비진으로 복귀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마르셀로 역시 수비진으로 복귀하기는 하는데, 이때는 이미 상대가 역습 형태를 갖추고 있어서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크로스 역시 발이 느린 까닭에 측면 수비력이나 수비 복귀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지단은 이 두 선수의 수비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비 범위가 넓은 카세미루와 세르히오 라모스 같은 선수들을 활용했지만, 이번 시즌 솔라리의 수비 전술은 어디까지나 오른쪽 측면에서나 통하고 있다.
왼쪽 측면에서 세르히오 레길론이 마르셀로 대신 출전하고 있지만, 수비력과 기동력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크로스가 버티고 있는 까닭에 이런 수비적인 위험도 노출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카세미루는 솔라리 부임 이후 일대일 마킹 방식으로 수비하고 있기에 크로스나 마르셀로를 도와줄 여력이 없다.
만약 안첼로티나 지단 같은 감독들이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했을 것이다. 반면, 솔라리는 자신의 전술적 역량으로 약점을 극복하는 능력이 월등히 떨어지는 감독이다. 이런 까닭에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 시절부터 선수 개인의 성향을 바탕으로 팀의 약점을 보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