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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메오네와 아틀레티코의 장기 계약을 바라보는 우려

시메오네가 공격 전술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그리즈만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즈만은 매우 뛰어난 선수다. 그러나 전술적으로 제약이 많은 선수이기도 하다. 그리즈만은 다재다능한 선수다. 폭넓은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 그리고 역습 상황 시 침투에 능하다. 여기에 볼 운반과 플레이 메이킹 능력도 갖춘 공격수다.

 

하지만 최고의 공격수라면 가져야 할 점들이 여러모로 미숙하기도 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빼어난 신체조건을 가지지 못했다. 플레이 메이킹 부분에서 많이 발전했지만, 리오넬 메시나 네이마르처럼 뛰어난 드리블이나 플레이 메이킹 실력을 갖추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카림 벤제마처럼 포스트플레이에 능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최전방이나 측면에 배치되면 파괴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이러한 그리즈만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를 넓고 자유롭게 써야만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여러 선수와 동선이 겹치거나 다른 선수들이 선호하는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리즈만은 동료들의 장점을 죽인다는 평가도 따른다. 선수 본인도 이러한 자신의 평가를 의식하기 시작했는지 점차 다른 부분에서 발전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리즈만의 파트너로 영입된 선수들은 그와 공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시메오네는 공격 전술에서 그리즈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게 바로 감독의 역할이다. 시메오네는 해당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몇 차례 전술적 시험을 해봤지만, 결과가 좋았던 적은 많지 않았다. 특히, 라다멜 팔카오와 디에고 코스타와 결별한 이후 스트라이커 영입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오늘날 축구가 최전방 공격수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고 하지만, 사실 공격수라는 포지션은 전술적으로 제약이 따라도 감독들이 잘 쓰기만 하면 한 시즌 정도는 진짜 대박이 터지는 포지션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틀레티코가 2013/2014시즌 이후 공격수 쪽에서 그리즈만 이외에 재미를 봤냐면 필자는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틀레티코가 재정적으로 지원이 덜했던 것은 아니다. 최근 5시즌 동안 로히블랑코는 선수 영입으로만 총 5억 6,956만 유로(약 7,245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사용했다. 이번 시즌에만 1억 2,600만 유로(약 1,603억 원)를 투자했다.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거액을 투자해서 영입한 선수 중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던 선수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들 중 몇몇은 이적한 지 2시즌도 안 돼서 팀을 떠났다. 특히, 스트라이커를 보강하기 위해 마리오 만주키치와 페르난도 토레스, 루치아노 비에토, 학손 마르티네스, 케빈 가메이로를 영입했다. 그리고 2018년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코스타를 재영입했고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알바로 모라타를 임대 영입했다. 하지만 이들 중 로히블랑코를 어느 정도 만족하게 해준 공격수는 거의 없다.

 

물론, 아틀레티코는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대량 득점으로 이기는 팀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이 아틀레티코와 시메오네만의 방식이라고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매 시즌 선수 영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공격 쪽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유연하지 못하고 변화가 거의 없는 ‘촐로’의 공격 전술은 비판 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동안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던 시메오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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