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 국가대표팀

아시안컵 탈락, 결과보다 원인을 돌아봐야 할 때

이번 대회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벤투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있는 동안 전술적 실험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1일 (한국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벤투 감독은 처음으로 스리백 전술을 시험해보기도 하는 등 나름 플랜 B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러나 대표팀의 경기력은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매우 좋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다시 4-2-3-1 포메이션으로 복귀했다.

 

일반적으로 경기 결과가 따라주지 않더라도 충분한 전술적 소득을 얻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플랜 B를 구축한다. 하지만 당시 대표팀이 선보인 스리백 전술이 과연 플랜 B로 내세울 만큼 전술적 소득을 얻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어느 감독이든 자신만의 확실한 전술이 있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만 한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초반에 중용됐던 장현수는 병역 논란 문제로 대표팀에 복귀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이 장현수 없이 새로운 대안을 짤 수밖에 없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나상호는 대회 직전 부상으로 불참하게 됐다. 기성용은 이번 대회 도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재성 역시 부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으며, 황희찬까지 부상을 당했다. 벤투 감독이 사용할 수 있는 전술적 선택지가 한없이 줄어들었다.

 

선수들의 부상 문제에 대해서는 대한축구협회의 책임도 크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 기간 도중 의무팀에서 발생한 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기 때문이다. 대표팀과 동행했던 재활 트레이너 중 두 명이 차례대로 선수단을 떠났다.

 

선수들의 부상은 매우 예민한 문제이기에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부상 문제와 체력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온전한 상태로 대회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점은 사실이고 이는 경기력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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