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선수단에는 다재다능한 선수들이 많다. 그만큼 확실한 강점을 가진 선수들도 있다. 바스케스 역시 다재다능한 선수다. 그러나 다른 선수들에 비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은 뛰어나지 않다.
이스코처럼 기술적으로 뛰어나거나, 탈압박에 능하지 않다. 경기에 지고 있으면 본인이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 본능을 갖춘 것도 아니다. 가레스 베일이나 마르코 아센시오처럼 상대 골문을 위협할 수 있는 슈팅을 가지지도 않았다.
바스케스는 역습에 강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 레알에서 활약했던 앙헬 디 마리아처럼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 드리블에 능하거나, 크로스가 예리한 것도 아니다. 활동량이 많고 빈 곳을 찾아 들어가는 능력이 좋기에 측면에서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는 선수지만, 직선적인 측면 플레이가 지나치게 많다. 상대가 극단적인 수비 방식을 선보일 경우 과감성이 떨어지다 보니 오른쪽 측면에서 무의미한 크로스를 올리는 경향이 있다.
즉, 군말 없이 활약했던 선수는 맞지만, 레알 같은 팀에서는 백업 그 이상이 되기 어려운 선수다. 결정적으로 2016/2017시즌에 플레이 방식이 읽힌 이후부터는 본인이 갖춘 장점들마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상술했던 단점들이 있음에도 이제까지 바스케스가 레알 선수단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이유는 측면에서 직선적으로 달리며 크로스를 올리는 플레이에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전에는 선수들의 체력이 상당히 떨어졌기에 바스케스는 지네딘 지단 감독 체제에서 마르코 아센시오와 함께 가장 중용 받았다.
전성기 시절 호날두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상대 수비진을 휘저었다. 호날두 자체가 전술이었다. 하지만 무릎 부상과 노쇠화가 겹치자 호날두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도 서서히 떨어졌다.
호날두의 노쇠화 논란이 본격화됐던 2015/2016시즌에 레알 감독으로 부임했던 지네딘 지단 감독 입장에서는 호날두의 이런 단점들을 최소화하고 그의 장점들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지단 감독이 선택했던 카드가 하메스 로드리게스도, 이스코도 아닌 바스케스였다.
바스케스의 크로스가 과거 레알에서 뛰었던 앙헬 디 마리아만큼 날카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는 호날두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록 호날두가 노쇠하면서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졌지만, 뛰어난 오프 더 볼 능력과 높은 점프력, 그리고 결정력은 어떻게든 바스케스의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후반전은 호날두의 클러치 능력이 가장 빛나는 시간대였고 바스케스는 호날두의 가장 충직한 도우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