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라리가

엔리케가 레알 출신 선수들을 많이 뽑는 건 당연하다

2009년부터 자국 선수 영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레알

 

전통적으로 레알은 자국 선수 영입에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구단이었다. 특히, 1960년대와 1980년대, 1990년대는 스페인 선수들이 주축이 됐다.

 

이러한 구단의 색깔에 변화가 있었던 건 2000년부터다. 회장직에 당선된 플로렌티노 페레즈는 구단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갈락티코 정책’을 꺼내들었다. 레알은 루이스 피구를 시작으로 지네딘 지단과 데이비드 베컴, 호나우두, 마이클 오웬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데려오며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금전적 이득이 따라왔다. 여기에 구단의 부지나 시설 등을 비싼 값에 매각해 재정 위기를 극복했다.

 

문제는, 갈락티코 정책으로 인해 해외 스타들이 유입되면서 자국 스페인 선수들의 비중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라울 곤잘레스와 이케르 카시야스 등이 있었지만, 지단이나 호나우두 같은 외국인 선수들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진은 지단과 같은 외부에서 영입된 스타들을, 수비진은 프란시스코 파본처럼 유소년 선수들을 중용하는 ‘지다네스 파보네스 정책’을 펼쳤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2006년 페레즈가 사임한 이후 뒤를 이은 라몬 칼데론 회장 시기에도 자국 선수들의 비중은 많이 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와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아르연 로번 등과 같은 네덜란드 선수들과 페르난도 가고, 곤살로 이과인, 가브리엘 에인세를 비롯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숫자가 많아졌다. 이 시기에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스페인 선수는 이케르 카시야스와 세르히오 라모스, 라울 곤잘레스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9년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사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레알을 6:2로 꺾은 데 이어 트레블을 달성하자 구단의 정책은 이전과는 다른 노선을 취하게 됐다.

 

회장직에 복귀한 페레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 카카 같은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갈락티코 정책을 재추진했지만, 동시에 유소년 시스템인 ‘라 파브리카’ 확장에 거액을 투자했다. 숙적 바르사가 리오넬 메시와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헤라르드 피케, 카를레스 푸욜 등을 비롯한 유소년 선수들을 바탕으로 엄청난 역사를 썼을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

 

무엇보다 스페인 축구의 최전성기였던 시절 대표팀에서 중심이 된 이들은 주로 바르사 선수들이었다. 수도인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레알과 페레즈 입장에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카탈루냐 지방의 팀인 바르사가 스페인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점은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런 까닭에 돌아온 페레즈의 목표는 바르사를 꺾고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바르사처럼 유소년 선수들과 스페인 선수들이 중심이 된 강팀을 만들기를 원했다.

 

레알은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매년 막대한 금액을 유소년 시스템에 투자했고 2013년부터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당시 레알은 바이백 조항으로 돌아온 다니엘 카르바할과 헤세 로드리게스, 알바로 모라타, 나초 페르난데스 등을 비롯한 유소년 선수들이 1군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이스코와 아시에르 이야라멘디 같은 자국 선수들을 영입해 선수단의 질을 향상하고자 했다. 이후 레알은 지난 5년 동안 총 4회의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챔스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선수 영입을 위한 레알의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됐다. 2015년에 스페인의 기대주였던 마르코 아센시오와 헤수스 바예호를 영입했고 2017년에 다니 세바요스를 데려왔다. 이번 여름에는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영입에 성공했다.

 

레알은 여전히 스페인 유망주를 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맨체스터 시티 최고의 유소년 선수인 브라힘 디아스 이적에 연결되고 있다. 발렌시아의 기대주 페란 토레스 역시 오랫동안 레알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가대표팀은 우수한 자국 선수들이 뽑히는 무대다. 레알이 지금처럼 스페인 선수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면, 대표팀에서 레알 출신 선수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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