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 국가대표팀

송범근이 이런 대접을 받을 선수는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골키퍼도 메이저대회에서 실수한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손꼽히던 다비드 데 헤아는 4경기에서 고작 선방 1개를 기록하고 무려 6실점을 내줬다. 조별리그 1차전 포르투갈전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도 16강 진출이 달린 3차전 한국전에서 지나친 공격 가담으로 결승 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들을 최악의 골키퍼로 꼽는 이는 드물다. 송범근을 이 둘과 비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축구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송범근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대표팀은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더 쉬운 대진으로 가느냐, 더 어려운 대진으로 가느냐의 차이지만, 결국 우승을 위해서는 강팀을 꺾어야 한다. 이란도, 우즈베키스탄도 결국 금메달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상대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패배하며 정신 무장을 새로이 했다. 우승을 위해서는 한 차례 고비가 온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은 압도적인 전력을 갖췄지만, 조별리그 스위스전에서 충격 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후 전 경기에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현재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 조현우가 16강에서 부상을 겪으며 8강 진출이 불투명하다. 회복 속도에 따라 남은 경기에 출전 못 할 수도 있다. 16강에서 송범근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내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8강도 송범근이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상대는 강력한 우승 후보 우즈베키스탄이다. 지난 1월 U-23 챔피언십에서 4골이나 실점하며 패배했던 어려운 상대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한국이다.

 

그러니 송범근을 향한 비난을 멈추고 응원을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 송범근이 지금의 비판을 이겨내고 8강에서 멋진 선방으로 팀을 4강에 진출시킨다면 작금의 분위기를 스스로 뒤집을 수 있다.

 

송범근은 국내 최고의 유망주 골키퍼 중 하나다. 지금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차기 국가대표팀 골키퍼를 꿰찰 자원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 골키퍼의 가치가 귀중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송범근의 존재는 매우 큰 힘이다.

 

어린 유망주에게 과도한 비판을 삼가자. 일희일비하지 말고 묵묵히 응원해주자. 대회가 끝난 후 비판해도 늦지 않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경기 외적인 요소로 흔들지 말자.

 

[사진 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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