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프리미어 리그

프리미어 리그, 진짜 문제는 일정 아닌 자본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구단을 인수한 이후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막대한 자본

 

개인적으로 프리미어 리그의 최대 문제점은 많은 이들이 장점으로 뽑는 막대한 자본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자본은 그들에게 많은 것을 안겨줬다.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왔고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됐다. 프리미어 리그는 그 자체만으로도 ‘쇼’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막대한 자본은 프리미어 리그에 세 가지 문제점은 안겨줬다.

 

첫 번째, 리그 자체가 감독들의 무덤으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알렉스 퍼거슨과 아르센 벵거처럼 장기 집권한 감독들이 많았다. 리버풀은 제라르 울리에와 라파엘 베니테즈가 5년 이상 팀을 이끌었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해리 레드냅이 7년 가까이 사령탑에 있었다. 에버튼은 데이비드 모예스가 10년 가까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리그에 외국 자본이 유입되고 중계료 수익이 늘어나면서 감독들의 수명도 단축됐다. 어떤 이는 선수단의 운영 방식 문제로 구단을 새로 인수한 경영진과 마찰을 빚어 경질됐다. 또 다른 이는 바뀐 리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해임됐다. 한 사람은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해고됐다. 이런 사례는 매 시즌을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 선수들의 힘이 너무 커진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퍼거슨 시절 때만 해도 선수가 감독의 지시에 항의하거나 태업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때만 해도 감독은 하늘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막대한 이적료와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늘면서 구단은 이들을 자산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감독들의 연봉도 만만치 않았지만, 선수들만큼은 아니었다. 구단의 우선순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를 의식한 선수들은 팀 분위기가 좋지 않거나 감독들과 의견 마찰을 빚을 경우 지시에 대항하거나 불복종하기 시작했다. 구단이 문제 있는 선수를 매각할 수도 있지만, 해당 인물이 팀의 핵심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려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야 하는데, 그만큼 좋은 인물을 영입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감독의 뜻에 반하는 인물이 여러 명이면 선수의 편에 설 수밖에 없다.

 

반면, 감독은 코치진만 교체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많은 돈을 아낄 수 있고 선수단의 불만도 잠재울 수 있다. 이처럼 감독들이 구단과 선수들에게 행사하는 영향력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잦은 선수단 변화로 라 리가나 세리에A, 분데스리가처럼 온전한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게 됐다. 많은 이들이 프리미어 리그가 유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로 조직력을 언급하는데,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같은 구단들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우며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들보다 약한 팀들 역시 마찬가지. 이처럼 다른 리그는 조직력이 발달했다.

 

해외 리그가 높은 수준의 조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확고한 시스템이 자리 잡혔고 선수단 변동이 생각만큼 적기 때문이다. 최상위권 구단들일수록 뛰어난 유소년 시스템과 확고한 주축 선수들을 갖췄다. 여기에 자국 리그 선수들 유입이 보장됐기에 단기간에 충분한 조직력을 구성할 수 있다. 즉, 주전 선수들의 질이 남다르다.

 

강등권 구단들은 재정 문제로 선수단을 대거 교체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가능하면 자국 리그를 통해 전력을 수혈한다. 실패할 가능성이 작고 기본적인 뼈대가 다르지 않아 빠르게 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프리미어 리그는 다르다. 자국 리그에서 영입된 선수들도 많지만, 해외 리그에서 영입한 선수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이 성공할 가능성은 100%가 아니다.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프리미어 리그는 재정적으로 워낙 민감하기에 이적생들이 적응에 실패하면, 원금 회수를 위해 곧바로 매각에 나선다. 반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부분의 라 리가 구단들은 “비용이 아까운데 좀 더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인내심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조직력이 형성된다.

 

세 번째, 유럽 대항전 일정에 자유롭지 못하다. 라 리가와 세리에A, 리그 앙 같은 리그들은 최상위 구단들을 제외하면, 좋은 선수단을 갖추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프리미어 리그는 중하위권 구단들도 쉽게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이처럼 전력이 하향 평준화되다 보니 강팀들이라도 매 경기 받는 압박의 강도가 남다르다. 그렇다 보니 리그에 좀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료는 이제 UEFA 챔피언스 리그만큼 높다. 과거에는 챔스 중계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유럽 대항전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구조적인 변화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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