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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첫 선발 출전, 베로나는 승부차기 끝에 승리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엘라스 베로나의 이승우가 이적 후 첫 선발 출전해 90분을 소화했다. 베로나는 AC 키에보 베로나와의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했다.

 

이승우는 30일 (한국 시간) 키에보의 홈인 스타디오 마르칸토니오 벤테고디에서 열린 2017/2018시즌 코파 이탈리아 32강에 선발 출전했다. 베로나는 지난달 22일 키에보 원정에서 2:3으로 패한 적이 있다.

 

이날 베로나의 파비오 페치아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승우는 다니엘 베사와 최전방에 배치됐다. 두 선수의 기동력을 바탕으로 키에보의 수비진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키에보 수비진의 강한 압박은 베로나 공격진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키에보의 공격이 더 위협적이었고 높은 생산력을 보여줬다.

 

전반 8분 파비오 데파올리의 로빙 패스를 받은 세르조 펠리시에르가 침착하게 슛으로 연결했다. 그의 슛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 실점을 허용한 베로나는 동점을 만들기 위해 서둘렀다. 전반 15분 이승우가 돌파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의 태클에 쓰러졌다. 첫 번째 기회였지만, 호물루의 슛이 수비벽에 맞고 나왔다.

 

이승우는 전반 25분 모처럼 드리블 돌파에 성공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상대 수비진에 막혔다. 마지막 판단이 아쉬웠다.

 

전반전 내내 베로나는 이승우와 베사의 기동력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격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키에보 수비진이 중원을 철저하게 공략하며 공의 흐름을 완전히 끊었다. 이에 이승우는 볼을 받기 위해 2선까지 내려왔다.

 

키에보는 계속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28분 이반 라도바노비치의 위협적인 중거리 슛이 마르코 실베스트리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32분 모처럼 이승우가 베로나 수비진의 패스를 차단하고 공격으로 연결했지만, 모하메드 파레스의 슛이 골문을 외면했다.

 

그러나 승부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전반 34분 키에보의 루카 가리타노가 페널티 박스에서 머뭇거린 것. 그는 빠르게 볼을 걷어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었던 파레스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볼을 탈취했고 슛으로 연결했다. 슛은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했다. 그렇게 전반전은 1:1로 끝났다.

 

후반전은 양 팀 모두 단조로운 공격 양상을 보여줬다. 키에보는 중거리 슛을 노리는 움직임을 많이 가져갔다.

 

베로나는 후반 29분 부상을 당한 지안 필리포 펠리치오치를 대신해 다니엘레 베르데를 투입했다. 베르데가 최전방과 측면에서 상대를 괴롭히자 공격진은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었다. 그러나 마무리가 아쉬웠다.

 

후반 41분 베로나가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잡았다. 호물루가 오른쪽 측면에서 빠르게 돌파해 이승우에게 패스한 것. 그러나 이승우의 패스는 힘과 정확도가 떨어졌고 그대로 상대에게 차단됐다.

 

그러던 후반 44분 이승우가 근육 경련을 호소했다. 이에 베로나는 후반 45분에 그를 빼고 시모네 칼바노를 투입했다.

 

연장전이 시작되자마자 베로나의 득점이 나올 뻔했다. 베르데가 상대 수비진의 패스 실수를 유도한 것. 그러나 슛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연장 2분 교체 투입된 키에보의 로베르토 인글레세가 크로스를 받아 곧바로 헤딩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연장 7분 이번에도 인글레세의 헤더가 위협적이었지만, 실베스트리의 선방에 막혔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를 통해 결정됐다. 첫 키커는 선제골의 주인공인 펠리시에르였다.

 

그런데 펠리시에르의 슛이 실베스트리의 선방에 막혔다. 너무 정직하게 중앙으로 향한 것. 여기에 힘을 얻은 베로나의 키커들은 실축하지 않았고, 팀은 5:4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역시 실베스트리였다. 눈부신 선방을 펼쳐 팀을 패배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특히, 연장전 때 인글레세의 슛을 수차례 선방한 게 결정적이었다.

 

승리했지만, 오늘 경기에서도 이번 시즌 베로나 수비진의 문제가 그대로 나타났다. 수비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다른 세리에A 구단들과 비교하면 조직력이 매우 떨어진다. 두 번째, 좌우 측면과 페널티 박스 내에서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최후방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빌드업의 완성도가 떨어지며 상대의 압박을 받으면 패스 실수를 범하는 빈도가 잦다. 이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베로나는 리그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한편, 이날 이승우는 몇 차례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와 감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마지막 선택지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후반전에는 체력 문제 탓인지 전반전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선발을 차지하고 싶다면, 패스와 체력에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엘라스 베로나 공식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