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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레스 카르바할레스 정책에 질문하다

[풋볼 트라이브=류일한 기자] 지난해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레스 카르바할레스’라는 이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정책은 과거 지다네스 파보네스 정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 가레스 베일처럼 외부에서 영입된 선수들과 다니엘 카르바할처럼 자체적으로 육성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선수단 변화를 가져가는 정책이다.

 

1년 전만 해도 이 정책은 레알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당시 BBC는 건재했고, 그중에서도 베일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구단의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였다.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왔다. “베일레스 카르바할레스 정책은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것일까?” 와 “이 정책이 과연 레알을 변화시켜줄 수 있을까?” 같은 것 말이다. 이번 칼럼은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는 글이다.

 

이적 시장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다

 

최근 2년 동안 레알의 이적 시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레알답지 않은 이적 시장이다”

 

지난 2년 동안 레알이 조용한 이적 시장을 보냈던 이유는 지네딘 지단 감독이 선수단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은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외부로부터 꾸준하게 선수가 영입되어야만 하는 장기적인 정책에 적신호나 다름없다. 특히, 공격진에서 선수 수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격진에서 선수 수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BBC 라인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다. BBC 라인은 세 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상징성 때문에 정리하기 어렵다. 이적에 연결됐던 선수들은 꾸준한 출전 시간을 원했지만,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 어렵다.

 

또한, 레알에서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모든 영광을 차지하고 발롱도르를 받는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여기에 레알이 BBC 라인에 지급하는 주급 규모 자체가 워낙 막대한 만큼, 새로운 선수에게 약속할 수 있는 주급 규모 자체가 파리 생제르망과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이처럼 불확실한 출전 시간과 절대적인 선수의 존재, 그리고 낮은 주급으로 인해 레알은 이적 시장에서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

 

유망주 정책에 집착하다

 

2009년에 복귀한 페레즈는 당시 최전성기를 누렸던 바르셀로나를 따라잡기 위해 유소년 시스템인 ‘라 파브리카’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 그 결과 다니엘 카르바할과 헤세 로드리게스, 알바로 모라타, 나초 페르난데스, 루카스 바스케스 같은 선수들이 등장했다. 레알은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4년간 총 3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라 데 시마’의 숙원을 이루었음에도 라 파브리카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2015년 만 17살 생일을 넘긴 마르틴 외데고르가 1050만 유로의 이적료(풋볼리크스 보도)를 기록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뒤를 이어 영입된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세르히오 디아스 같은 선수들 역시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레알의 이러한 유망주 정책은 단계적이었고, 조금 비쌌지만 나름 합리적인 금액이었다. 그러나 이적 시장 주도권의 상실은 그들이 유망주 수집에 더욱 집착하는 원인이 됐고, 만 17살도 안 된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영입에 4500만 유로의 이적료를 투자하는 결과를 낳았다.

 

비니시우스의 이적은 레알이 유망주 정책이라는 장작더미 위에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핀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얼마 전 폐막한 U-17 청소년 월드컵에 참가한 알랑 소우자와 링콘, 아멩 구이리 같은 선수들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세 명의 이적료는 비니시우스가 기록한 이적료만큼 비쌀 전망이다.

 

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는 것처럼 이러한 과감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유망주 정책은 비정상적인 이적시장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여기에 운이 따라준다면 과거 라울 곤잘레스나 이케르 카시야스처럼 구단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까지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U-19도 아닌, U-17 유망주 한 명을 영입하는데 4500만 유로를 쓴다는 게 과연 합리적인 소비가 될 수 있을까? 이 나잇대 선수들은 한창 성장기인 만큼 변수가 많기에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그런 불확실성에 4500만 유로라는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굉장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자국 선수들 영입에 집착하다

 

예전부터 페레즈는 자국 선수들 영입에 힘을 쏟았다. 특히, 2009년에는 회장직에 복귀하자마자 다비드 비야와 다비드 실바, 페르난도 요렌테,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의 영입을 추진했었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페레즈의 스페인 선수들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과거보다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페레즈가 이처럼 자국 선수들 영입에 집착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생전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회장이 이루었던 ‘예예 정책’을 재연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스페인 축구의 황금기를 레알이 주축이 되어 재연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예예 정책이란, 1960년대 베르나베우가 만든 독특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선수단에 프란시스코 헨토와 아마로 아만시오, 이그나시오 조코, 파친, 피리 같은 자국 선수들만으로 팀을 꾸린 것이다. 이들 예예 군단은 조국 스페인에 첫 번째 유럽 챔피언십 우승을 안겨줬고, 소속 팀에 마지막 유로피언 컵 우승을 안겨줬다. (레알은 1965/1966시즌을 끝으로 32년 동안 유로피언 컵 우승에 실패했다. 이들이 다시 유럽의 챔피언이 된 것은, 챔피언스 리그로 대회가 개명된 1997/1998시즌 때다)

 

과거 페레즈는 베르나베우의 업적을 그대로 밟고 싶다는 뜻을 밟히는가 하면, 그를 뛰어넘고 싶어 하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신봉자들이 자신들의 우상이 걸어갔던 발자취를 따라가듯이 페레즈 역시 베르나베우의 발자취를 따라하고 싶어 한다.

 

또한, 스페인 축구의 최전성기였던 시절, 국가 대표 팀에서 중심이 된 선수들은 레알이 아닌 바르셀로나였다. 수도인 마드리드를 연고지로 삼고 있는 레알과 페레즈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실이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예 정책처럼 자국 선수 중심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장 자국 선수들의 재능도 수요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스페인 선수 중 레알이라는 거대한 구단과 스페인라는 나라 자체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선수는 매우 드물다.

 

다니 고메스와 오스카르 로드리게스가 중심이 된 U-19는 현재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세대는 팀으로써 강한 세대라는 평가를 받지만, 선수 개인의 기량이나 개성이 강한 세대가 아니다. 아벨 루이스와 페란 토레스, 빅토르 추스트, 세사르 헤라베르트가 중심이 된 U-17 세대는 윗세대보다 사정이 낫지만, 1981, 1987, 1992년 세대들과 비교하면 특출나지 않다.

 

또한, 이러한 자국 선수 중심의 영입 정책으로 인해 선수단은 해외 리그에 대한 지식과 경험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외국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그 방향성이 잘못되면 단일적인 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팀 분위기는 자칫 잘못하면 자국 선수들과 외국인 선수들의 파벌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페레즈는 과거 레알이 스페인 선수들로만 팀을 꾸린 1965/1966시즌 이후 32년 동안 유로피언 컵 우승에 실패했던 원인이 이러한 자국 중심 선수 영입 정책으로 인한 후폭풍 때문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레알이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1950년대와 90년대, 2010년대의 원동력이 자국 선수들과 외국 선수들의 조화였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최근 레알로 이적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 4대 리그 경험이 적다. 보르하 마요랄과 헤수스 바예호처럼 외국 리그를 경험한 자국 선수들이 있지만, 이들이 해외 리그를 경험한 시간은 매우 짧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마르틴 외데고르 같은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다고 하지만, 이들은 유럽 4대 리그와 무관하다.

 

단적인 예로 지단 감독은 폴 포그바와 킬리앙 음바페, 우스망 뎀벨레, 막심 로페즈 같은 프랑스 선수들 영입을 원했다. 하지만 페레즈는 “구단의 주급 체계를 깰 수 없다”나 “내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영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일찌감치 프랑스 선수들 영입을 포기했다.

 

하지만 중원이 포화인 상태에서 다니 세바요스 같은 스페인 선수가 이적 시장에 나오자 팀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영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현재 이적설이 돌고 있는 아틀레틱 빌바오의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팀만 만들고 있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레알은 스스로 이상적인 신구 조화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그들은 장기적인 팀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베일레스 카르바할레스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망주들의 성장 시간을 벌어주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줄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의 선수가 적다는 것이다. 중원과 수비진에서 이스코와 라파엘 바란, 카르바할 같은 선수들이 이 역할을 해줄 수 있지만, 공격진에서는 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아무도 없다.

 

모라타가 잔류해야만 했었던 이유는 카림 벤제마의 득점력 문제도 있지만, 이런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적으로 레알은 공격진에서 징검다리를 상실했다. 벤제마가 있지만, 비니시우스와 그의 나이는 무려 13살이나 차이 난다. 보르하 마요랄은 아예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레알은 해리 케인이나 마우로 이카르디 같은 공격수들 영입에 관심이 있지만, 이들의 이적료는 엄청나다. 케인은 장기 계약이 체결되어 있고, 이카르디 역시 재계약이 유력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같은 유망주들 영입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레알이 케인과 이카르디 같은 선수들 영입에 2억 유로가 넘는 이적료를 쓰기에는, 포기해야 할 손실이 너무 크다. 징검다리 역할이 가능한 선수가 없는 게 아쉬운 레알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